3

　로델리히는 쓴웃음을 지었다.

　갈리나 졸게라고 하면, 겨우 남작영애임에도 나조차도 알고 있는 유명인이다.

　그 비호욕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와 눈에 띄는 특이한 머리색으로 인해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

　나조차도 심쿵할 뻔했는걸.

　마성의 여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그 여자가 아돌프를 노린 건가?"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거죠. 졸게 남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졸게 가문은 시골 남작이다.

　수입이 좋을 것 같지도 않다.

　이웃 영지인 자이퍼트 백작가에 의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할까.

　휘둘리는 아돌프도 좀 그렇긴 하지만.



"약혼녀가 없어져 상심한 아돌프 님을 갈리나 양이 위로하는 시나리오겠지만, 실은 약혼 파기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서요."

"너 잘 알고 있네?"



　이 가십쟁이가.

　아무튼 아돌프와 친해졌기 때문에 율리아 양이 쫓겨난 거다.

　지난번의 파티 취소는, 율리아 양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 버린 것이고.

　딱한 일이다.



"아돌프와 그 여자는 됐어. 벌레를 판다는 것이 율리아 양의 아이디어였나?"

"예. 재미있죠?"

"조금 믿기 어려운데."

"약혼 파기의 위자료를 벌어야겠다고 결심한 모양이라서요."



　와, 듣지 말았어야 했다.

　불쌍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절박했던 나머지 엉뚱한 생각에 이르렀다면 울컥할 것 같아.



"아니, 재밌는 건 여기부터예요."

"어떻게 재밌다는 거야?　지금까지 웃을 만한 포인트가 없었는데......."

"그런 재미가 아닌데요 ....... 페트루스 님이 비밀 이야기라며 알려주셨는데, 율리아 양은 머리를 다쳤을 때 신의 가호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신의 가호는 50명 중 1명 정도는 얻을 수 있는 특수한 힘이다.

　하지만 대부분 얼토당토않은 힘이라고 한다.

　백작이 비밀 이야기라고 했다면, 꽤 효과가 있는 가호인가?



"가호의 내용은 들었나?"

"[이계의 지식]이라더군요."

"호오?"

"즉, 이세계 문명의 지식을 얻었다는 뜻이겠죠."

"...... 라는 건, 딱정벌레를 파는 것도 이계의 발상인가?"

"그렇습니다."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대단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그건 그렇고 .......



"백작이 너에게 가호를 말했다는 것은, 뭔가 교환 조건이 있는 것이겠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스카 전하. 사실 페트루스 님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투자자?　돈이 될 만한 이세계의 지식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확실히 재미있다.

　제2의 왕자라는 예비 왕자인 내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내용을 밝혀주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된다.



"문병을 겸해서 율리아 양을 만나러 가볼까?"

"전하께서는 율리아 양 같은 여성이 마음에 드시죠?"

"뭐 그렇지. 그녀가 자유로워진 것도 뭔가의 인연일지도 몰라. 약속을 잡아라."



　　　　　　　　　　　◇



"도토리?"

"네, 도토리요."



　아인호른 백작가의 저택을 방문했다.

　학교에도 다니고 있으니 알고는 있었지만, 율리아 양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약혼 파기로 낙담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거, 제가 밟고 넘어졌던 도토리예요."

 

　로데리히와 얼굴을 마주 본다.

　앞으로의 교훈을 위해 가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닌데.



"...... 율리아 양은 '이계의 지식'이라는 축복을 받았다고 백작님으로부터 들었다."



　대놓고 말할 개인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임팩트는 있을 것이다.

　율리아 양이 웃는다.



"네, 맞아요. 그 '이계의 지식'으로 도토리를 조사해 봤어요."

"흐음?"

"우리 백작령에 많이 자라는 나무예요. 수액에 딱정벌레 같은 벌레가 잘 모이는 나무라고 하더군요."

"아하, 그 딱정벌레를 판매한 결과가 그 대히트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