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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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3일 17시 27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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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아 양한테는 말했니?"

    "말 안 했어."

    "무슨 얘기를요?"

    "존아는 한드레일 변경백가의 장남이란다."

    "네!?"

    "우리 가문은 전통적으로 왕도 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니, 아가씨도 나에 대해서 몰랐을 거야."



     지금까지 그런 말은 한마디도 안 했잖아!

     변경백가라면 가문의 격으로도 전혀 문제가 안 돼.



    "나는 아가씨의 얼굴을 알고 있었어."

    "그랬어?"

    "예전에 왕도에 갔을 때 봤어. 바보 왕자에게는 아깝다고 생각했어."



     나를 눈여겨보았구나.

     조금 기쁘다.



    "바보 왕자에게 미련은 없지?"

    "없어. 정치적으로 결정된 약혼이었는걸."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무신경한 말을 들어버렸고.



    "그럼 왕도로 갈까? 장인어른이 될 왕호기사단장님께 인사를 드려야지. 왕가에 보고해서 자랑도 해야겠고."

    "아하, 그렇네."

    "아가씨의 뒤에 온 바보 왕자의 약혼녀, 왕비 교육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이야. 트라크스탄 후작가와 핸드레일 변경백가가 맺어졌다는 걸 알려줘야겠어."



     존의 무심코 내뱉은 말이지만,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것 같았다.

     트라크스탄 후작가와 핸드레일 변경백가가 연합한다는 것은, 왕국 전력의 3분의 1을 손에 넣었다는 뜻이다.

     언제든 왕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양하고 싶어?"

    "아니, 피가 끓어올라. 나도 무문의 딸이구나."

    "역시 아가씨야."

    "이제 그 아가씨라는 말은 그만해."

    "신시아."



     불쑥 튀어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

     존이 갑자기 대담한 면모를 드러내니.

     아니에즈 님이 말한다.



    "자, 자, 이제 가게를 나가자. 신시아 양도 변경백에게 인사하고 와."

    "그래, 그래야겠어."

    "그러고 보니, 신시아 양의 마력은 정말 상당하네."

    "그랬어? 미모뿐만 아니라 그런 부분도 인정받아서 왕세자의 약혼녀가 된 거였구나. 더욱 그 바보한테는 아까운 인물이야."

    "하핫. 어쨌든 여기로 시집오면 내가 약간의 마법을 가르쳐 주겠네."

    "감사합니다!"



     아니에즈 님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니!

     반대로 말하자면, 성녀님도 왕가를 포기하고 트라크스탄 후작가 핸드레일 변경백 연합에 베팅을 한다는 뜻이다.

     오늘 내 운명은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미프테라 왕국의 운명과 나의 운명은 복잡하게 교차한다.

     나도 역시 옆에서 다정한 표정을 짓는 남자 존에게 걸기로 했다.



    "잘 부탁해."

    "나야말로."



     사나운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도 좋다.



              ◇



     후세의 사서는 말한다.



     '우둔왕', '호색왕', '실책왕' 등으로 불리는 크세르크세스 왕조의 마지막 왕 버나비 2세는, 실제로는 결단력 실행력 등에서 뛰어난 소질을 엿볼 수 있었지만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훗날 핸드레일 왕조 2대 존 왕의 왕비 신시아를 약혼녀로 삼았다가, 버나비의 목숨을 구해줄 때 입은 얼굴의 상처를 이유로 약혼을 파기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신하들의 마음은 크세르크세스 왕가에서 멀어졌다.



     변방에서 봉기한 핸드래일 가문에는 트라크스탄 가문을 필두로 많은 유력 귀족들이 호응했다.

     이렇게 해서 크세르크세스 왕조는 멸망하고, 핸드래일 왕조가 일어났다.

     핸드레일 왕조 초대 왕인 모건 왕은 즉위 5년 만에 왕위를 적자 존에게 물려주었다.

     현왕비 신시아는 전 성녀 아니에즈에게 가르침을 구하며 남편인 존 왕을 잘 보필했다.



     왕도 함락 후, 크세르크세스 가문의 당주는 우둔왕 버나비의 조카인 클라렌스가 백작이 되어 이어받았으나, 자식이 없어서 대를 잇지 못하고 끊어졌다.

     버나비는 사형을 면제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후의 행방은 누구도 모른다.

     일설에는 룬단 산맥을 넘으려다 곰에게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불의를 행하면 곰의 똥이 된다는 동요가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존왕과 신시아 왕비는 사이가 좋기로 유명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훗날 수려왕 율리시스를 비롯한 2남 2녀가 태어났다.

     핸드레일 왕조의 전성시대의 개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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