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젊은 남자는 정보원인데, 이름은 존이라고 한다.
변방에서는 보기 드물게 똑똑하고 싹싹한 호남이다.
내 정체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는 예리한 면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왕도 상류층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변방의 모험가 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처음부터 전수받았다.
서로 윈윈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또?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니까."
내가 왕세자의 전 약혼녀 신시아 트라크스탄으로 알려졌을 때, 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특히 상가에서 많은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내가 왕가나 친가와 무관하고 순수하게 모험가로 변방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변은 잠잠해졌다.
그런 나를 이제 와서 만나고 싶다고?
"그건 알아, ...... 여기서만 이야기하는 건데, 성녀님이야"
"뭐?"
성녀란 매우 희귀한 성(聖)속성의 소양과 강대한 마력을 겸비한 여성을 말한다.
그것을 나라에서 인정받아야만 성녀라고 불린다.
회복이나 치유 정도라면 몰라도, 축복, 파마, 정화에 있어서는 성녀급의 성마술사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연히 매우 존경받는 존재다.
현재 미프테라 왕국에는 성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성녀님이 변방에 계실 리가 없잖아. 왕도에서 지내고 있을 텐데."
"정확히는 전 성녀야. 들어본 적 없어? 연애 문제로 추방된 과거 성녀님의 이야기."
"아 ......"
들어본 적 있다.
당시 왕세자와 약혼했지만, 문제가 생겨서 성녀의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했다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40년 전쯤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가씨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
"그러네."
"만나보지 않겠어?"
"하지만 ......"
옛날의 불평 따위를 늘어놓아도 곤란할 뿐이지만.
나 자신은 이미 버나비 님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성녀님이 남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드문 일이야."
"그래?"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해. 변방으로 온 사정이 사정이니까.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의 인지도이기도 하고."
"하지만 당신은 성녀님을 만날 수 있다? 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성녀님이 변방으로 흘러들어왔을 때, 우리 할아버지가 도움을 줬다고 들었어."
그렇구나.
그런 인연이.
"존은 내가 성녀님을 만나는 것을 추천해?"
"추천해.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실력자인 건 틀림없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람?
존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뭐, 좋아. 존의 안목은 믿고 있어. 한번 만나보지 뭐."
"해냈다!"
"왜 당신이 기뻐하는 거야?"
"알 것 없어. 그럼 가자."
"뭐? 지금부터?"
"언제라도 좋으니 빨리 데려오라고 들었거든. 바로 근처야."
그런 거라면야 뭐.
성녀의 집으로 외출이다.
◇
"어머, 당신이 신시아 트라크스탄 양인가요?"
"네. 성녀님이라고 들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하하. 성녀는 옛날 얘기란다."
그 노파는 마법약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말 사람을 싫어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고 있는데.
"아가씨,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성녀님이라고 부르지 안 돼. 아니에즈 님이라고 불러."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네."
"알겠습니다. 아니에즈 님."
"바보 왕자한테 쫓겨났다며? 대략은 존아한테서 들었지만......."
"쫓겨났다기보다는..."
파티에서 당시 약혼남이었던 버나비 님을 습격하는 폭도들이 있었는데, 감싸던 내가 얼굴에 부상을 입어서 어쩌고 저쩌고.
"너무한 이야기죠?"
"내 때보다 더 끔찍하네. 정말 기가 막혀."
"성녀님은 어땠어요?"
"응? 존아는 알고 있지?"
"성모님 본인의 입에서 들은 적이 없으니까."
"그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