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말이 일방적이며 현장을 잘 모른다고 한다.
약혼녀니까 뭐라 말 좀 해달라고도 들었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의견을 낼 수 있겠어.
나는 노예였으니까.
"벌써 1년이구나."
내가 단죄를 받은 것은 작년 수정의 달 9일이었다.
바보 전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수정의 달 9일은 특별한 날이다.
일 년은 내가 마력으로 머리카락을 기르고 필요한 마력을 축적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기도 하다.
"전 재상 토머스 콜리지 공이 오셨다."
"토마스 님이?"
전 재상?
그만두신 건지, 아니면 경질된 건지.
어느 쪽이든 인내심 많은 토마스 님이 떠난 것을 보면, 제국은 이제 끝장이다.
"안녕, 아즈라엘 양. 오랜만이네."
"토마스 님이야말로. 잘 지내셨나요. 재상은 그만두셨나요?"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은퇴하게 되었지 뭐냐."
거짓말이다.
목소리에는 아직 힘이 있다.
아직 속세에 미련이 남아있을 텐데, 황제 가문을 포기한 거구나.
"나만 은퇴한 게 아니라고? 주요 노인네들은 모두 은퇴했지."
"어머나. 정치는 괜찮은가요?"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고말고."
포기.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갇혀 있던 1년 동안 엉망진창이 된 것 같다.
"1년 전부터 황태자 전하께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계셔서 말이다. 그건 마치 족쇄에서 풀려난 것 같았지"
"......"
1년 전이라니.
전혀 자각하지 못했지만, 내가 있었던 것이 나름대로 황태자 전하를 견제하는 힘이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단순한 노예였을 뿐인데?
아니, 군대나 교회 등에서 내 마력이 강하다는 말을 듣고 의외로 두려워했던 걸지도?
그렇기 때문에 나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멀리한 것일지도 모른다.
"...... 이곳은 꽤나 엄중한 마법 결계가 쳐져 있는 것 같구먼."
"아뇨, 괜찮아요."
그래, 바보 전하는 내 마력이 무서워서 이런 곳에 가두어 놓으셨구나.
이제 와서 이해했다니 바보 같아.
왜냐하면 별거 아닌 마법 결계인걸.
이런 걸로 나를 봉쇄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 아즈라엘 양은 참 믿음직스럽구먼"
"이런 곳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요."
"무슨 소리를. 곧 수정의 달 9일 아닌가?"
토마스 님은 알고 있다.
수감자가 된 지 딱 1년이 되는 그날, 수정의 달 9일에 내가 행동에 나선다는 것을.
아버지와 연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요즘 변방이 시끄럽다고 하더군."
"변방이...... 그랬나요?"
토마스 님, 나이스!
아버지께서도 내가 탈옥하는 걸 알고 계시는 모양이다.
"...... 아즈라엘 양이 무사해서 다행이구먼. 음식이 몸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도관이 훌륭한 분이라서요."
독살을 걱정했나 보네.
해독 마법도 쓸 수 있으니 문제없지만, 사실 음식에 독이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교도관이 체크해 주셨던 것 같다.
잠깐만요?
최대 마법 전력인 내가 독살당할지도 모른다고 토마스 님은 생각하고 있네?
외국을 경계하며 나를 회유하는 것보다, 내가 국내의 반란군에 합류하는 게 더 걱정된다고 황제 가문은 보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 우려는 옳은 것이었지만.
"...... 저 간수, 얼굴이 낯익네요. 누구의 얼굴이었더라......"
어라? 혹시 교도관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딘가에서 파견된 사람일까?
무뚝뚝하지만, 항상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다.
물론 도망칠 때 데려갈 생각이기는 했다.
"토마스 님, 시간입니다."
"오오, 미안허이. 아즈라엘 양, 나중에 또 뵙세나."
"토마스 님이야말로 너무 날뛰지 말아 주세요"
"하하, 금방 제도를 떠나 한가롭게 지낼 생각일세."
토마스 님이 떠난다.
황궁이 아닌 제도를 그만두는 건가요.
제도의 혼란은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르겠네요.
"식사다."
"잘 먹겠습니다."
여기 있는 것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열심히 힘을 모아두자.
◇
---------- 수정의 달 9일.
몸가짐을 바로 하고, 아침을 먹었다.
배가 고프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 년을 지내다 보니 나름대로 이 감옥에도 애착이 생기지만,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파괴의 화신이니까.
귀인 감옥을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