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된 곳은 개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살롱이었다. 작다고는 하지만 시설은 잘 갖춰져 있어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귀족인 내가 이곳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테이블은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메이드가 능숙하게 차를 끓일 준비를 시작했다. 권유에 따라 자리에 앉자 눈앞에 향긋한 홍차가 놓였다.
찻잔을 든 클라우디아 님을 따라 나도 차를 마셨다. 분명 좋은 차겠지만, 맛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아까 앨런 님의 말씀말이지만, 당신에게는 지금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찻잔을 내려놓은 클라우디아 님이 말을 꺼냈다.
클라우디아 님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남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발과 배에 힘을 주었다.
"민폐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
나는 힘차게 일어서서 탁자에 머리가 닿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사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앨런 님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관련된 일로 클라우디아 님에게 폐를 끼친 것은 분명하니까.
한참 동안 자신의 발끝을 쳐다보고 있자, 바로 옆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하지만, 후훗. 당신은 정말이지 외모와 성격이 전혀 다르네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클라우디아 님이 서 있었다.
"당신 정말 재미있어. 후후, 역시 당신을 선택한 내 눈이 틀린 건 아니었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내 눈앞에서 클라우디아 님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 미소가 천사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에는 마치 여왕님처럼 보였다.
"마리아 님, 이번 일로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왜냐면 그건 앨런 님의 일방적인 선언이었니까요."
"네!? 어, 어떻게 그것을 ......"
"왜 알고 있냐고요? 마리아 님에 대해 조금 조사해 봤어요. 앨런 님은 저래 뵈어도 후작가의 적자라서, 제가 있음에도 대박을 노리는 여자들이 줄줄이 나타났거든요. 처음에는 당신도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앨런 님이 혼자서 열을 올린 것뿐이었고, 당신은 당신대로 알랭 님을 잘 이용하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고 잘 거리를 두면서. 저 놀랐다기보다 감탄했답니다."
웃으며 말하는 내용에, 나는 저절로 절규하고 말았다. 얼어붙은 내 눈을 바라보며 클라우디아 님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시 아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이대로 앨런 님에게 시집가는 것. 아아, 저에 대해서는 괜찮아요, 앨런 님과는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문제없어요. 우리는 원만하게 헤어졌고, 당신과의 일은 운명의 사랑을 이뤘다는 스토리로 후작가가 이야기할 거예요. 당신의 목적과는 다르지만, 가문을 위해선 좋은 이야기라서요. 그리고 두 번째 ......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마리아 님 당신은 생일이 언제인가요?"
"네? 어, 12월 3일이요."
"그럼 다행이네요. 두 번째는, 내 의붓동생이 되는 거죠."
"여, 여동생!?"
"그래요. 저는 8월생이니, 당신은 언니가 아니라 여동생이에요."
"태어난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왜, 왜죠?"
"그야 당신도 생각했잖아요? 분했죠? 왜 남자들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냐면서."
그 순간, 클라우디아 님은 그간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꾸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