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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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8일 15시 46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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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크림고로케였다.



    친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남은 점심시간은 평소처럼 혼자 도서관에 갔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신간이 도착하는 날이다. 신청한 책이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앞의 복도까지 왔을 때, 나는 갑자기 팔을 잡혔다.



    넘어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모면하고서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후작영애 앨런 님이 계셨다.



    "너에게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잠깐만 시간을 줄래?"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앨런 님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중요한 이야기 ...... 나는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신간을 향한 미련이 조금 있었지만, 앨런 님이 너무 진지한 표정이라서 나는 순순히 따라가기로 했다.







    남작가의 딸인 내가 후작가의 영애와 안식과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말하려면, 내가 이 학원에 오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시골 남작가의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소박한 성격이라고 하면 듣기 좋겠지만, 느긋하고 온화한 성품이라서 이 작은 영지는 매년 아슬아슬한 경영상태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는 10살을 조금 넘긴 무렵부터 일을 돕기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한정되어 있었지만, 영지를 돌아다니며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알아보았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던 어느 날, 우리 집안의 최고 권력자인 할머니가 나를 불러서 왕도에 있는 학원에 다닐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너는 이런 걸 좋아했으니, 제대로 공부할 의향이 있는 것 같구나. 다만, 학원의 학비가 우리 집 살림에 비해 결코 싼 편이 아니란다. 제대로 집안에 이익이 되는 것을 얻고 와야 한단다. 그래도 갈 생각이니?"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 기회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기대와 책임감을 가지고, 나는 이 학원에 왔다.





    하지만 학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어떤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영지, 경제처럼 내가 배우고 싶었던 항목들은 모두 남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여학생에게 허용된 것은 매너 등의 이른바 숙녀 교육뿐.

    물론 사교에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혀 배울 수도 없었지만,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에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방에 사는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할머니와의 약속은 사교를 위한 교양으로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입학했으니, 어떻게든 그쪽도 포기할 수 없어서 선생님이라는 선생님은 죄다 찾아갔고, 남학생들보다 성적이 우수하면 혹시 모를지도 하는 생각에 남녀공통과목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날도 선생님을 찾아간 후, 참고서조차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낙담해 고개를 숙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울 것 같은 기분으로 멍하니 앉아 있자, 갑자기 눈앞에 예쁜 비단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모르는 남학생이 손수건을 건네주고 있었다.



    "갑자기 놀라게 해서 미안. 하지만 여자애가 울고 있는 걸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 괜찮으면 나한테 이유를 말해줄래? 그냥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니까."



    억지로는 하지 않겠다며 눈앞에서 부드럽게 웃는 남학생을 보고, 나는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던 리미아에게 늘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내가 네 외모라면 그걸 최대한 활용해서 대역전을 노릴 거야. 그 큰 눈망울을 반짝반짝 빛내며 귀엽게 부탁하면 대부분의 남자는 네 부탁을 들어줄 거야."



    평소였다면 리미아는 또 허풍이라며 흘려보냈겠지만, 그때의 나는 솔직히 말해 이미 지쳐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리미아의 말대로 귀엽게 부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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