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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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8일 15시 48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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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남작가의 딸에 불과한 내가 후작가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뒤로 한 채 앨런 님이 말을 시작했다.



    "클라우디아, 미안. 너라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버렸어."



    응?

    으응?

    눈앞에서 갑자기 시작된 이 일은, 소위 말하는 수라장이라는 것일까?

    분명 중요한 이야기일 텐데,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거람? 이런 이야기에 제삼자의 입회가 필요한 걸까?

    앨런 님과는 지인 정도의 사이이고, 클라우디아 님에 관해서는 아마 일방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이 입회해도 괜찮을까?

    아니, 오히려 그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 사람이 한쪽에 기대지 않아도 되니 좋은 걸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작위가 너무 다르니,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앨런 님이 갑자기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는 이 마리아를 사랑하게 되었어. 너와 달리 그녀는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야. 위자료는 물론 지불할 테니, 부디 약혼을 파기해 줘."









    아닌 밤중에 홍두깨. 청천벽력. 상황은 급변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줘. 제발 기다려 줘. 뭐? 사, 사랑해? 앨런 님이? 나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우리 사이에 그런 분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처음의 답례 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미아가 동석하여 둘이서만 있었던 적도 없었다. 참고서의 대금도 반강제로 받도록 했다. 선물 하나 받아본 적도 없었다.

    물론 같은 학원에 다니니 가끔 만나면 대화할 일은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깐 서서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도대체 이 관계의 어디서 사랑이 생겨난 것일까?



    그리고 그것도 큰 문제지만, 또 다른 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지금 이 상태, 혹시 내가 클라우디아 님의 약혼남을 약탈한 여자가 된 거 아닐까?



    후작영애 클라우디아 님으로부터? 지방 남작가의 딸인 내가?



    눈앞의 현실이 너무 황당해서 눈물이 그렁거렸다. 일단 앨런 님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또다시 냉정한 말을 내뱉었다.



    "울지 마. 괜찮아,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날 믿어."



    믿으려면 먼저 근거를 제시해 줬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켜준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먼저 풀어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무관하다고 설명하려 했지만, 그 말은 클라우디아 님에게 가로막혔다.



    "알겠습니다, 앨런 님. 그 이야기 받아들이지요. 이후의 자세한 내용은 아버지를 통해 말씀드리면 되나요?"



    "고마워, 클라우디아. 그래, 자세한 내용은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어."





    승낙해 버렸다! 후작가의 약혼이 파기되어 버렸어!!! 



    불과 수십 분 전에 행복하게 먹었던 크림 크로켓이 다시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이대로라면 정말 물리적으로 위장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의외로 클라우디아 님이었다.



    "이제 점심시간도 끝날 시간이네요. 마리아 님, 다음 수업은 가정과 수업이었지요?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싫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결국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앨런의 배웅을 받으며 클라우디아 님과 함께 교실로 향하게 되었다.





    "마리아 님, 처음 대화하는 거죠?"라는 말을 듣고서 필사적으로 대답하며 걷다가, 문득 우리가 향하는 방향이 가정과 교실의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조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조심스레 클라우디아 님을 바라보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그 미소는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내가 남자였다면 분명 마음을 빼앗겼을 것 같은 미소였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내게는 사형선고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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