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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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4일 20시 04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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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스, 혹시 나한테 일을 맡긴 걸 잊고 있었어? 그렇게나 매일 확인했는데?"



     어떻게든 만든 서류를 데이비스에게 제출해 내용을 확인받고,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매일 확인했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데이비스는 정말로 잊어버린 것 같았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멋진 남편은, 아무래도 깜빡 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결혼 전에 주었던 보석처럼 빛나는 말들도 다 입에 발린 말들이었다.



     나는 기나긴 꿈에서 겨우 깨어난 것 같았다.



     그동안 환상 속의 멋진 남편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건 분명 데이비스에게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문 앞에서 사람의 기척이 사라졌다. 데이비스는 말없이 걸어 나간 것 같았다.



    "사과도 안 하네. 나는 지금까지 그의 무엇을 보아온 걸까?"



     작은 하품을 하며, 나는 초인종을 눌러 메이드를 불렀다. 오늘부터는 내 일만 하면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 **.

    [데이비스 관점].



     휘청이는 걸음걸이로 야회장을 떠나가는 아내 로사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이니만큼 내가 쫓아오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내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생각했지만, 결혼 3년 차에 접어들자 좀 더 차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언제나 쫓아다니는 아내가 지겨웠다.



     내 투정을 들어주던 친구가 "야, 괜찮아? 부인한테 사과하는 편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괜찮아."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로사는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어. 이걸로 조금은 거리를 두면 좋겠는데."



     이 때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성가신 로사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조금만 조용해지면 된다.



     단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야회장에서 친구의 마차를 빌려서 저택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내가 돌아오는 것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던 로사도, 오늘은 역시 기다리지 않았다.



    "마님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이 집에서 오래 근무한 존에게서 그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 로사가 '너무해'라며 울며 매달려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내 속마음을 들켰을 때는 잠시 당황했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으니, 내일이 되면 로사의 기분을 맞춰줄까."




     그녀는 아마도 내가 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로사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지만, "내 아내는 너뿐이야."라고 말해 주면 금방 기분이 풀릴 것 같다.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로사는 식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존에게 확인하자 "마님께선 몸이 안 좋다고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아...... 정말이지."



     이번엔 꾀병을 핑계로 내 관심을 끌기 위한 작전인 것 같다. 어젯밤에 그런 게 싫다고 말했었는데, 로사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식사를 마치자 존이 서류 뭉치를 들고 왔다.



    "나으리, 마님께서 맡기신 서류가 있습니다."

    "이건 뭐야?"



     받아 들고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로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였다.



    "로사가 이걸 나한테 주라고 했어?"

    "예, 그렇습니다. 이것은 나으리의 일이라면서요."



     존으로부터 서류를 받은 나는, 로사의 어린애 같은 괴롭힘에 짜증이 났다.



    "진짜,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잖아!"



     지금까지 로사를 너무 오냐오냐했다. 이제부터는 내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고 엄격하게 훈육하기로 마음먹었다.



     로사의 침실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문을 열려고 해도 잠겨 있다. 침실 문은 내가 언제 와도 좋다는 듯이 항상 열려 있었기 때문에, 이것도 그녀의 유치한 괴롭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사!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야!"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자, 드디어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문을 열지 않고 얼굴도 보이지 않고 말하는 로사의 태도에 화가 난다.



     아침 식사에 오지 않은 것과 자신의 일을 나에게 떠넘긴 것에 대해 따져 묻자, 로사로부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데이비스, 그건 당신의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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