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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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4일 20시 02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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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랜만에 참석하는 야회에서 남편을 찾고 있었다. 수면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몸으로는, 잘 차려입은 귀부인들이 풍기는 향수 냄새와 와인 향에 취해서 금방이라도 기분이 나빠진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도 일찍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코니에서 남편을 찾았다.



     ㅡㅡ데이비스.



     내가 그렇게 부르기 전에, 남편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싫증나네....... ......"



     데이비스는 동성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같았고, 상대는 "일로 인한 불평이라면 들어줄게."라며 친근하게 데이비스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일은 잘되고 있어. 고민은 내 아내 ...... 로사 때문이야."



     데이비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나는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부인? 예쁜 분이잖아?"



     친구의 말에, 데이비스는 고개를 저었다.



    "미인은 사흘이면 질려. 게다가 외모는 좋아도 성격이 말이지....... 로사는 나한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뭐야? 너 미쳤어?" 웃는 남자 친구를 데이비스는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업무보고를 하러 와. '[오늘 이 일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내일의 이 일을 어떻게 할 건가요?] 라면서.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고. 제발 일 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어! 게다가 야회에 참석해도 그녀는 금방 기분이 나빠져서 집에 가고 싶어 해. 다과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 같고. 사교도 귀족의 소양인데 ....... 그녀는 나에게 달라붙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정말 진절머리가 나."



     데이비스가 귀찮다는 듯이 발코니 난간에 몸을 맡겼다.



    "이봐, 그건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잖아."

    "사랑에도 한도가 있어. 이렇게까지 하면 성가시다고. 나는 좀 더 쾌적하고 적당한 거리의 사랑이 좋아."



     믿을 수 없는 남편의 말을 듣고, 당황한 나는 인기척을 내고 말았다.



     뒤를 돌아본 데이비스가 나를 발견하고서 잠시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곧 그 눈빛이 차가워졌다.



    "로사, 듣고 있었어? 그렇게나 나랑 같이 있고 싶어?"

    "이, 이봐, 그만하라고."



     말리는 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데이비스는 나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나한테 집착하지 말아줘! 너는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 해!"



     친구가 "부인, 죄송합니다! 데이비스에게 술을 먹여버려서 그만. 이 녀석은 예전부터 술에 약해서 ......"라며 당황하고 있다.



    "...... 알고 있어요. 데이비스는 [술을 마시면 신기하게도 솔직한 말이 나온다]고 했었으니까요."



     내 말에, 친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데이비스. 나, 먼저 돌아갈게."



     데이비스와는 함께 마차를 타고 왔지만, 그는 나와 함께 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잘 있어."



     그렇게 말했지만, 데이비스는 따라 오지 않았다.



     곧장 쫓아와서는 "미안해, 술에 취해있었어! 전부 거짓말이야!"라며 사과할 것을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대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실소하고 만다.



    "정말, 나는 성가신 여자야......."



     백작가의 마차에 올라타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처음 만났을 때의 데이비스의 말이 떠오른다.



     ㅡㅡ우리는 정략결혼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서로를 존중하며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씩이지만 성실한 사랑을 키워나가자.



     친절하고 따스하며 멋진 분과 결혼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건 나뿐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소중히 여기는 것도 분명 나뿐일 거야.



     데이비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항상 그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다녔다. 백작가의 업무도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했다. 그 때문에 야회나 다과회에 참석할 시간을 만들지 못해 친구들과 소원해졌지만, 데이비스가 좋아해준다면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비스가 돌아오면 반가워서 그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따라다녔다.



    "아아, 정말로 그의 말이 맞았어 ......"



     자신이 남편에게 짐이 되는 여자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미안해 ......"



     지금까지의 일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제부터 저는 당신의 이상적인 아내가 되겠습니다.



     당신에게 집착하지 않고,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고, 업무보고도 하지 않는.



     그러면 당신은 저를 용서해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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