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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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3일 21시 42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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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라이자 에이머스 백작영애!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나?"



     내 집의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외친 사람은, 내 약혼남인 월스 베노가 님이었다. 베노가 후작가의 차남으로, 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많은 후작가에서는 드물게도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눈을 가지고 있다.



     월스 님의 조금 뒤에는 키가 크고 중성적인 미녀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이건 이제 어떻게 봐도 뒤의 여자와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월스 님이 나에게 약혼 파기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아아, 또네.......



     사실 나는 예전에 이 나라 셋째 왕자 전하의 약혼녀였다. 제3왕자 전하께서 야회에서 저를 보시고 첫눈에 반하여, 왕실의 강력한 희망으로 약혼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제3왕자 전하께서는 이후 다른 아가씨와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며, 수많은 귀족들이 모인 야회에서 약혼 파기를 선언하셨다.



     결론적으로 나와 에이머스 백작가의 잘못은 없었기 때문에, 제3왕자 전하의 용돈으로 계약서에 따른 위자료를 받고 약혼을 파기하게 되었다.



     그 후 제3왕자 전하는, 국왕 폐하가 정한 약혼을 사사로운 이유로 파기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왕위 계승권을 박탈당하셨다고 한다.



     전하의 진실한 사랑의 상대말인데, 전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던 것 같아서 이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전하의 사고백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것은 전하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제3왕자 전하와 나는 약혼을 파기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혼 파기 선언을 함으로써 "그렇게 무례한 짓을 하다니, 일라이자 양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라는 소문이 퍼져 버린 것이다.



     나는 사교계에서 문제 있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무례한 말들을 은연중에 듣게 되었다. 그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냉랭한 시선을 받는 날들이 너무 괴로웠다.



     그래도 나는 사교계에 나가서 다음 약혼자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나쁜 소문 때문에 좀처럼 다음 약혼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돈에 쪼들리는 자작 영식과 약혼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매우 호의적이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상대방이 거절했다. 그때의 그는 얼굴색이 매우 안 좋았던 것 같다.



     그 후로 평민에서 남작 작위를 받은 조금 더 나이 드신 분이나, 왕실의 어용상인의 아들과 약혼을 하려고 했는데 모두 두 번째 만남에서 거절당했다.



     제3왕자 전하까지 포함하면, 나는 지금까지 무려 4번이나 약혼을 거절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결혼을 못 할지도 모른다.



     고민하는 내게 부모님과 의붓오빠는 '계속 집에 있으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역시 그건 미안해서, 다음번에도 안 되면 수도원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만난 것이 지금의 약혼자 월스 님이다. 베노가 후작가의 차남인 월스 님은 본래 만날 일이 없는 분. 흠결투성이인 내가 약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물론 월스 님은 차남이기 때문에 후작위를 물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약혼이 잘 성사되면 베노가 후작이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작위 중 하나인 남작 작위를 월스 님에게 물려주신다고 한다.



     그러면 결혼 후 아내가 된 나도 평민이 되지 않고 남작부인이 될 수 있으니 조건이 아주 좋다.



     베노가 후작에 따르면, 월스 님의 약혼녀의 조건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뿐이라고 한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 나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으니 조건은 맞는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니, 분명 월스 님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무서운 분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



     아버지는 '억지로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럴 수도 없다. 애초에 후작님의 약혼 제의를 쉽게 거절할 수 없으니까.



     내가 월스 님을 만나기 위해 베노가 후작 저택을 찾은 날은, 날씨가 매우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다.



     객실로 안내된 나에게, 후작가의 집사가 월스 님은 볼일이 있어 늦으실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럼 기다리도록 할게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데,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게 느껴져서 나는 어느새 졸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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