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리스와의 재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은 아쉬움이 표정에 묻어나는 켄돌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 정도로 변해버린 모습을 본 언니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이리스를 찾으러 갔다가 마베릭이 소중히 여기는 그녀를 목격했을 거라 생각하자 그의 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성이 느껴졌다.
켄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마베릭과 빈센트가 널 찾아오는 거지?"
"...... 빈센트 님께서, 도와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러 오신다고 하네요."
"마치 남의 일 같네. 네가 그를 도와준 거 아니었어?"
"아니요? 어쩌면 언니가 빈센트 님을 도와준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클룸로프 가문의 영애를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신 건 저쪽이고, 지금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헬레나에게, 켄돌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너도 대단하네. 그런데 왜 마베릭까지?"
"그게, 잘 모르겠어요. 빈센트 님께서 보낸 편지에 당신 덕분에 회복이 빨랐다고, 당신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적혀 있었어요. 혹시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지,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더군요....... 마베릭 님도 그 점에 대해 궁금해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하셨고요. 빛 마법을 사용하는 저한테 물어보면 알겠지만, 언니에게 그런 힘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어요? 평범한 마법의 속성조차도 전혀 인정하지 못한 언니에게. 켄돌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 어쩌면 ......"
갑자기 켄돌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움찔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켄돌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헬레나에게 대답했다.
"그래, 재밌군. 정말 재밌어....... 나도 다시 한번 이리스가 갖고 싶어 졌어"
(...... 이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람? 하지만 장애가 될만한 것은 가능한 한 배제하고 싶어. 그럼......)
"저기, 켄돌 님. 마베릭 님과 빈센트 님이 이 집에 오시는 날을 알고 싶으신가요?"
"그게, 무슨......?"
헬레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날이라면, 적어도 마베릭 님도, 빈센트 님도 에버렛 가문에 계시지 않을 거라는 뜻이에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헬레나의 말에, 켄돌의 눈이 어둡게 빛났다.
"그래, 이해했어. 그래서, 그건 언제야?"
"네, 그건 바로 ......."
켄돌은 헬레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어쩌면 ...... 아니, 분명 이건)
켄돌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팔에 감겨있는 붕대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이리스와 약혼했을 때에도, 기사단의 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에 비하면 왠지 모르게 회복이 빨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속에서 솟구치는 힘에 의해 몸의 회복력과 공격력 모두 지금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 같지만...... 빈센트의 그 편지에다, 예전에 눈앞에서 보았던 마베릭의 신들린 듯한 바람 마법....... 내 경험에 그 두 사람까지 생각해 보면 확실히 앞뒤가 맞아떨어져. 그 힘의 열쇠는 이리스였다, 그런 거였구나.)
켄돌은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리스, 네가 그 마베릭과 마음을 주고받는다 해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너만 되찾을 수 있다면, 나는 ......)
이리스한테는 막말을 했지만, 켄돌은 사실 알고 있었다. 마베릭이 이리스에게 보내는 따스한 시선은, 단 한 명의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시선이라는 것을.
켄돌은 머릿속으로 다가올 날을 계산하면서, 그 눈동자에 어두운 빛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