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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는 침대 위에서, 움푹 파인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샬롯도 특수능력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샬롯과의 약혼을 파기하고 나서,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듯 다시 몸이 나빠진 조제프는 요즘 침대에서 보내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의 건강이 나빠지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기 시작하자, 애나벨은 도망치듯 그의 곁을 떠났다.
"만약 샬롯이 남의 병을 받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도 그녀를 좀 더 소중히 여겼을 텐데 ......!"
그의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샬롯 양과 네 약혼을 준비할 때의 약속이었다. 억지로 약혼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지. 네 말을 다 들어주는 대신,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네게서 숨겨 달라는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
그는 냉정하게 아들을 노려보았다.
"내가 왜 가문이 낮은 남작가에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약혼을 부탁하러 갔는지, 넌 상상도 못 해봤느냐?"
"그건 ...... 제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승낙할 영애를 좀처럼 찾지 못했을 거라고만 ......"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유감이구나. 모처럼 루카가 준 기회도 놓치고 말다니."
"...... 루카가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조제프에게, 아버지는 계속 말했다.
"그래. 네 곁에 있는 샬롯 양의 모습과 회복하는 네 모습을, 루카가 예전에 본 것이다. 조사해 보니, 샬롯 양이 고아원 아이들에게 작은 기적을 여러 번 일으켰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너와 약혼해 달라고 부탁한 거다."
"하지만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안색이 좋고 건강 그 자체였고요? 여러 번 병을 받아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요."
"그게 바로 네 오만함이다."
아들을 향해, 그는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샬롯 양의 능력은, 병을 받아내는 동시에 환자의 감사를 받아서 그 몸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 그녀가 네게 그 능력을 숨겨달라고 부탁한 것도, 네가 감사와 사랑으로 그녀를 대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겠지."
"그런 ......"
후회로 얼굴이 일그러진 조제프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를 데리러 가겠습니다. 이번만큼은 그녀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맹세하고 오겠습니다. 그러니 가문은 저에게 ......"
파혼을 통보했을 때 샬롯이 흘린 눈물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눈앞에 비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 너무 늦었다, 조제프 . 너의 그 몸으로는 셸나 백작가의 당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없어. 이 집은 루카에게 물려주겠다."
"자, 잠깐만요, 아버지......!"
조제프는 아버지가 그대로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가는 모습을 실의와 함께 바라보았다.
***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으며 한 저택 앞에 멈춰 선 조제프는,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대저택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여기에 샬롯이 있다는 게 사실일까 ......?)
샬롯에게 꼭 한 번 사과하고 싶다는 핑계로, 꺼려하는 노르트 남작을 설득하여 어떻게든 그녀의 행방을 알아냈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문 앞까지 울려 퍼졌다. 문밖에서 완전히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은 샬롯과 에반의 배웅을 받으며 나온 인물을 보고 조제프는 깜짝 놀랐다.
(왜 루카가 여기 있는 거지?)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루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루카.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그는 대답했다.
"그야 샬롯 님도 에반 님도 내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두 사람을 축하하러 온 거야."
"에반 님? 축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