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 라이오넬의 휴식
    2024년 01월 01일 18시 39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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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오넬의 즐거운 미소를 보면서도 그의 눈꺼풀이 약간 졸린 듯 무거워진 것을 알아차린 에디스는, 라이오넬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라이오넬 님, 이제 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점심도 잘 드셨으니, 잠을 좀 자고 나면 분명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고마워, 그렇게 할게. ...... 다만, 앞으로 네가 이 집에 계속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마감하는 게 왠지 아쉬워."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짓는 라이오넬에게, 에디스는 다시 한번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라이오넬 님이 주무실 때까지 저도 이 방에 있을게요. 그리고 라이오넬 님이 깨어나시면 언제든 제가 곁에 있을 테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라이오넬에게 손을 내밀어 깨어있는 그의 상체를 조심스럽게 담요에 밀어 넣으면서, 에디스는 그의 베개 곁에 앉아있던 의자를 가까이 가져다 놓았다. 한 번은 눈을 감았던 라이오넬이 안절부절못하여 몇 번이나 눈을 뜨고 에디스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고, 에디스는 그의 가냘픈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후후, 괜찮아요. 제가 여기 있으니까요."



     열이 나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에디스의 어린 날, 몸을 만져주면 안심이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앙상한 손을 잡아주었다. 라이오넬은 또다시 뺨을 붉게 물들였지만, 에디스의 부드러운 손을 느끼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내게 이렇게까지 해줘서 정말 고마워, 에디스."

    "별말씀을요. 라이오넬 님이 깨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기를 기도하고 있을게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라이오넬은, 에디스의 손을 살짝 잡고는 이내 온화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차 안에서 들었던 그의 숨소리와는 달리, 이번에는 규칙적이고 안정된 리듬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안도하며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편안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두 사람 몫의 빈 접시를 냄비와 함께 쟁반에 올려놓고 치우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에디스가 작은 부엌에서 접시와 냄비를 씻고 있을 때,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그녀를 보러 왔다.



    "여러 가지로 미안하구나, 에디스, 좀 더 하인을 써도 괜찮았는데."

    "아뇨, 설거지도 금방 끝나니까요"

    "...... 라이오넬의 상태는 어떻지?"



     아들과 갓 집에 온 아들의 약혼녀가 신경 쓰여 안절부절못하는 라이오넬의 아버지를 향해, 에디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푹 주무시고 계세요. 연일 오크리지 백작가에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거예요. 약초죽도 잘 드셨으니, 아마 깨어나시면 조금은 기운이 나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안도한 듯,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병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라이오넬을 보니 당신과 약혼한 후 그 아이의 마음에 희망의 불이 켜진 것 같아. 아들이 이렇게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것은 그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처음이었지. 식사를 제대로 먹은 것도 오랜만이었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 라이오넬 님께서 가족분들과 같은 음식을 드실 수 있을 때까지는 라이오넬 님의 위장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저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인데, 어떠세요? 물론 라이오넬 님께서 수긍하신다면의 이야기지만요."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에디스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번 입을 열었다가, 망설이는 듯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제안은 정말 좋은 제안이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구나. 에디스, 당신이 그렇게까지 해줘도 될까? 상당한 부담이 될지도 모르는데 ......."



     에디스는 아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혹시나 에디스에게 부담이 크지 않을까 망설이는 라이오넬의 아버지를 보며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저는 요리도 좋아하고, 친절한 라이오넬 님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가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즐거우니까요. 그래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에디스의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라이오넬의 미소를 볼 때마다 에디스의 마음은 따뜻해졌고, 그와 대화할 때마다 그의 영리함과 인내심을 느끼며 그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졌다. 신분은 달랐지만,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그가 가끔 보이는 소년 같은 표정도 왠지 모르게 사랑스러웠다. 게다가 양부모와 의붓언니에게 골칫거리로 취급받던 오크리지 백작가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 자체가 에디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 고맙구나, 에디스. 당신이 라이오넬과 약혼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감격에 겨운 듯이 그렇게 말하던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라이오넬의 남동생 크레이그도 곧 약혼할 예정인데, 에디스는 라이오넬한테서 들었나?"

    "네, 그런 예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 그랬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들었지?"

    "아니요, 그 이상은 들은 바가 없어요."

    "그런가 ......"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팔짱을 낀 후, 에디스에게 말을 이었다.



    "크레이그가 약혼할 예정인 영애가 조만간 이 집에 인사를 하러 오기로 했거든. 그때 에디스도 소개해 주려고."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크레이그 님과 약혼할 예정이신 분도 만나 뵙는 것이 기대되네요."



     에디스는 미소를 지었지만, 눈앞에 있는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왠지 말이 어눌했던 모습에,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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