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 님은 언제부터 저기에 계셨던 걸까요? 우리를 보고 계셨던 걸까요 ......?)
에디스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디스를 부엌으로 안내하는 하인이 그녀를 데리러 왔고, 에디스는 일단 라이오넬의 방을 떠났다.
***
"많이 기다리셨죠, 라이오넬 님."
에디스는 커다란 나무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약초죽이 담긴 접시 두 개와 법랑질의 냄비를 들고 라이오넬에게 다가왔다. 식욕을 돋우는 향이 순식간에 실내를 가득 채운다.
"향이 좋네, 맛있어 보여."
"입맛에 맞으면 좋겠어요 ......"
에디스는 죽이 담긴 접시를 하나 집어서는 숟가락과 함께 라이오넬에게 건네주려고 했지만, 조금 기운이 난 것 같음에도 여전히 손에 힘이 없는 듯한 라이오넬을 보고 접시를 다시 뒤로 물렸다. 그리고 숟가락에 한 입 분량의 죽을 얹어 라이오넬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라이오넬 님. 아직은 조금 뜨거우니 조심해서 드세요."
"...... 저기, 에디스?"
숟가락을 입에 가까이하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 라이오넬의 뺨은, 아직 안색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은 부끄럽지만 ......"
에디스는 얼굴이 상기된 라이오넬을 보며 빙긋이 웃었다.
"그런 표정을 짓지 마세요. 약초죽이 담긴 접시도 조금 무겁지만, 오늘은 약혼녀가 된 저에게 이 정도는 허락해 주세요. 우선은 라이오넬 님이 건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라이오넬이 입을 벌리기를 기다리는 에디스를 보고, 그도 결심한 듯 드디어 입을 벌리고는 에디스가 가져온 숟가락으로 죽을 입에 넣었다. 죽을 입에 넣은 라이오넬의 얼굴이 단번에 빛이 났다.
"......! 이거 맛있어."
"정말요?"
"그래. 약초죽이라고는 하지만 약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대신 향신료의 향이 잘 어우러져 아주 맛있어. 내가 늘 먹던 약초죽은 솔직히 조금 맛없었는데, 이건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돋우는 것 같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몸속부터 따뜻해지는 것 같아."
"후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도 기쁘네요. 이것은 어머니에게 배운 레시피인데, 사실은 효능이 좋은 여러 가지 약초가 숨겨져 있어요. 많이 만들어 놓았으니 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이 약초죽도.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몸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는 에디스를 보며. 라이오넬은 볼을 더욱 붉게 물들이더니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심장에 안 좋겠네 ......"
"라이오넬 님, 방금 무슨 말씀하셨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약혼녀가 되어줘서 다행이라고 내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확실해."
라이오넬이 너무도 눈부시게 에디스를 쳐다보는 바람에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부끄러움을 감추기라도 하듯 에디스는 다음 한 입이 담긴 숟가락을 라이오넬의 입에 가져다주었고, 이번엔 라이오넬도 순순히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접시는 비워졌으며, 라이오넬은 몇 접시나 약초죽을 더 먹었고, 에디스는 기꺼이 그의 입에 죽을 가져다주었다. 에디스도 자신의 죽을 재빨리 다 먹은 후 라이오넬과 함께 식후의 담소를 즐겼다.
그런데 안뜰에서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체의 눈빛이 있다는 것을, 에디스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체는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오빠의 밝은 웃음소리가 방에서 새어 나오는 것을 듣고, 에디스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더니 마침내 앳된 얼굴에 활짝 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