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 에디스의 약
    2024년 01월 01일 17시 14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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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에디스는 가방에서 오래된 약상자를 꺼냈다. 에디스가 그랑벨 후작가에 가져온 짐 중에서 약간의 의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이 약상자였다. 에디스가 친정집에 있을 때부터 사용했던 것이다.

     에디스는 그 약상자를 들고 곧바로 라이오넬의 방으로 돌아갔다.



    "기다리셨죠, 라이오넬 님."



     에디스에게 고개를 살짝 돌리며 미소 짓는 라이오넬과, 에디스의 약상자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그의 아버지와 시종들 앞에서 에디스는 약상자 뚜껑을 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갈색의 작은 병을 꺼냈다. 발열 증상을 완화하고 열로 인한 체력 소모를 억제하는 약효가 있는 꽃꿀에 자가 치유력을 높인다는 약초의 추출물을 섞은, 에디스가 만든 시럽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디스는 연두색 가루약이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도 손에 넣었다. 이 가루약은 목의 염증을 억제하고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약초를 에디스가 몇 가지를 섞어 갈아 만든 것이었다.



     라이오넬의 방에 준비된 주전자와 잔을 바라보며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 물을 조금 사용해도 될까요?"

    "그래, 마음대로 써도 괜찮다."



     에디스는 유리잔에 가루약을 조금 넣고 주전자에서 물을 반쯤 부은 다음, 작은 병에서 시럽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유리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내용물을 섞었다.



    (조금이라도 라이오넬 님의 몸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에디스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기원하며 만든 반 잔 정도의 연두색 액체를 바라보다가, 매운 표정의 라이오넬을 향해 입을 열었다.



    "라이오넬 님, 이 음료를 마셔 보시겠어요? 약효가 있는 시럽을 중심으로, 약초로 만든 가루약을 섞어 만든 것이니 비교적 마시기 쉬울 것 같아요."

    "고마워, 에디스. 잘 마실게."



     에디스는 라이오넬에게 손을 내밀어 그의 상체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고, 잔에 손을 얹어 그가 잔의 내용물을 다 마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라이오넬은 비워진 잔을 보고 에디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정말 쉽게 마실 수 있었어. 은은한 단맛이 있고, 향도 상쾌했어."



     안도했는지, 에디스도 라이오넬에게 미소를 되찾았다.



    "다행이네요. 열이 나고 숨이 차며 체력이 떨어졌을 때 먹는 약이니, 조금이나마 몸이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보며 시종에게 눈짓을 하고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에디스, 정말 고맙다. 이젠 우리가 여기 없어도 괜찮을 것 같구나. 우리는 먼저 자리를 뜰 테니 너희들을 이 방에 남겨두어도 괜찮겠지?"

    "네, 물론 괜찮아요."



     부드럽게 웃는 에디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시종과 함께 라이오넬의 방을 떠났다.

     에디스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상체를 일으켜 세운 라이오넬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기요, 라이오넬 님, 만약 혼자 쉬고 싶으시다면, 저는 바로 실례할 테니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라이오넬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에디스. 네가 괜찮다면 좀 더 머물러 주면 좋겠어. ...... 신기하게도 네가 만들어준 약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에디스, 네 덕분이야."



     에디스도, 어딘지 모르게 밝아진 라이오넬의 표정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전, 라이오넬 님이 반드시 회복하실 거라 믿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라이오넬은 에디스의 말에 기쁜 듯이 볼을 붉히더니, 신기하다는 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는 오크리지 백작가에 입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약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구나. 약에 대한 지식은 오크리지 백작가에서 배운 건가요?"

    "아니요. 제 친부모님께선 예전에 시골 마을에서 작은 약방을 운영하셨는데, 부모님을 도와주면서 배운 거예요. 부모님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두 분 모두 따뜻한 분이셨고, 약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옛날을 그리워하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는 에디스를 바라보며, 라이오넬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에디스. 나는 아직 너에 대해 잘 몰라. 괜찮다면, 너에 대해 좀 더 알려줄 수 있겠니?"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권유에 따라 그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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