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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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9일 20시 03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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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 안 되나요?"

    "아니요, 저로도 괜찮으시다면 부디."



     여자가 권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권유받은 춤을 거절하고 여자에게 창피를 주는 것 역시 좋지 않은 행동이다.

     ......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의 귀족들은 참 귀찮은 존재들이구나.





     뭐, 그런 이유로 나는 히로인과 한 곡 춤추게 되었다. 게임 속 악역영애의 덤에 불과한 내가 히로인과 춤을 출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것이다.

     약간의 득을 봤다고 생각하며 히로인과 작별을 고했다.



     다만, 여주인공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춤을 잘 못 춰서 나는 두 번 정도 발이 밟혔다.

     그 자체는 웃으며 넘겼지만 ...... 잘 생각해 보면 둘째 왕자도 춤 실력은 여주인공보다 나은 정도였었지.

     아가씨, 발만 밟히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



    "...... 드디어 찾았어."



     불현듯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왠지 모르게 험악한 기세인 소피아 아가씨가 눈앞에 있었다.



    "나, 말했었지? 금방 돌아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그런데 왜 기다리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둘째 왕자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



     왠지 아까부터 아가씨 대사에 가시가 돋보인다. 이렇게 심술궂어 보이는 아가씨는 처음이다. 혹시 춤추다가 둘째 왕자에게 발을 밟혀서 그런 걸까?



    "저기, 아가씨--"

    "...... 왜 나를 봐주지 않는 거야?"



     ㅡㅡ엥? 자, 잠깐만. 그 대사는 히로인에게 둘째 왕자를 빼앗기고 소피아가 악역영애로 타락할 때 하는 대사가 아닌가?

     그게 왜 지금 이 타이밍에?



     .............................. ...... 어, 어라?

     혹시 이거 내가 왕자님의 포지션이 된 거 아니야?

     ...... 기, 기분 탓일지도?



    "저기, ...... 시릴. 계속 내 곁에 있어 준다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나를 내버려 두고...... 시릴은 저 여자애가 더 좋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혀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아!

     아니, 아니, 아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가 왕자님 포지션? 뭐야, 그게. 내가 히로인과 친해지면 소피아 아가씨가 타락해서 악행을 저질러 나와 함께 파멸하는 거야?

     여러모로 무리잖아.



    "저기 ...... 시릴, 왜 아무 말도 안 해?"

    "음...... 저기. 그래.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어서 도와줬습니다. 댄스는 그 보답으로 초대받았기 때문에 딱히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 그래?"



     아가씨의 눈에 살짝 빛이 돌아왔다.



    "예, 맞습니다. 곤란해하는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 그랬구나. 시릴은 역시 상냥해. ......하지만 가능하면 나한테만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면 좋겠어......"

    "ㅡㅡ큭!"



     뭐야, 이 파괴력. 수줍게 웃는 모습이 천사 같다. 키우느라 정신이 팔려서 몰랐는데, 이 아이는 정말 귀엽구나.



     하지만 ...... 나는 그냥 집사이고, 그녀는 후작영애다. 게다가 내가 왕자님 포지션이라면, 학원에 다니게 될 때 분명 여주인공이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역시 여주인공은 왕자에게 반할 것 같지만 ...... 나와 아가씨가 맺어질 리가 없다.

     ...... 타락으로 인한 파멸은 이제 안 되겠지?



     ......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괜찮아. 내가 키운 아가씨는 권모술수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설령 타락했다 해도 악행이 발각되어 파멸하는 일은 없을 거다.

     지금의 아가씨라면, 아무도 모르게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ㅡㅡ아니, 파멸되는 것은 히로인과 나라고!

     아, 하지만 내가 히로인과 맺어질 리가 없잖아. 그럼 괜찮겠네...... 아니지, 히로인이 둘째 왕자와 엮이지 않는 루트에서도 어찌저찌해서 질투심에 사로잡혀 악행을 저질렀다고.

     이런, 이대로 가다간 나만 파멸해 버리겠어.

     뭔가 여러모로 답답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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