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시죠?"
"후훗, 그냥 시릴의 얼굴을 보고 있을 뿐이야."
"제 얼굴 따위를 보셔도 재미없을 텐데요 ......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아가씨의 열두 번째 생일이네요."
"그래.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축하해 주실까?"
"축하 메시지와 선물은 받았습니다. 다만, 파티에는 ......."
후작과 후작부인. 그녀의 부모님은 바빠서 저택에 있는 시간이 적다. 다른 날에 축하해 줄 때도 있지만,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이 소피아 아가씨를 악역영애로 전락시킨 원인 중 하나다.
심리상태를 걱정했지만, 거울에 비친 소피아 양은 웃고 있었다.
"아버님도 어머니도 바쁘시니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올해도 시릴이 축하해 줄 거잖아?"
"물론입니다. 저뿐만이 아닌 하인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할 겁니다."
그녀를 괴롭힌 메이드를 해고한 후, 시릴은 하인들과 아가씨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것저것 꾸몄다. 그 결과 지금 있는 하인들은 모두 아가씨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래, 정말 기뻐. 하지만 ...... 잊지 마. 당신이 축하해 주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라는 것을."
"영광입니다, 아가씨."
아가씨도 이렇게 칭찬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요즘은 다과회에서 그녀를 본 다른 가문으로부터 맞선의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당주가 모두 거절하고 있다.
로젠버그 후작 가문은 그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설픈 정략결혼 따위는 필요 없다. 더군다나 부모님은 바빠서 집에 없을 뿐, 딸에 대한 애정은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소피아 아가씨가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시킬 생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곧 둘째 왕자 알포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당주가 왕자와의 약혼을 성사시키는 것이 게임의 설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집안의 맞선 제의를 거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아름답게 성장한 아가씨라면, 둘째 왕자를 사로잡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가만히 있어도 둘째 왕자 쪽에서 구혼해 올 것이다.
지금의 아가씨에게 타락할 기미는 없고, 둘째 왕자를 끌어당길 만큼의 매력도 있다. 소피아 아가씨를 파멸의 미래에서 구하기 위해 내가 추진했던 당초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니 남은 불안 요소는 하나만 남았다.
여주인공과 둘째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계기, 두 사람이 만나는 이벤트다.
첫째 왕자의 생일 파티.
소피아 공주가 둘째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 파티에서, 한 귀족 아들의 구애에 시달리던 여주인공이 몰래 참석한 둘째 왕자에게 구출되는 장면이 존재한다.
둘째 왕자가 몰래 왔던 탓에,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 채로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재회하고 친해지면서 그 사실을 알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이벤트를ㅡㅡ망쳐버릴 것이다. 왕자와 여주인공의 극적인 만남을 막으면, 소피아 아가씨가 제2 왕자를 빼앗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드디어 나는 악역영애가 파멸하는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ㅡㅡ그런 이유로 첫째 왕자의 생일 파티.
나는 소피아 아가씨와 동행했다.
다만 ...... 집사로서가 아닌, 웬일로 에스코트 역할로 동행하고 있다.
원래 에스코트는 연인이나 약혼자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애 거나 적당한 상대가 없는 경우 가족 중 누군가가 에스코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순리대로라면 소피아 양의 가족 중 누군가가 에스코트를 해야 하는데 ...... 부모님은 바쁘고, 다른 형제에게는 에스코트할 상대가 있다.
그래서 아가씨께서는 가족처럼 아끼는 나한테 에스코트를 부탁한 것이다.
ㅡㅡ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로젠베르크 후작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가 출신이지만, 귀족은 아니다. 그런 내가 아가씨의 에스코트라는 것은 보통 생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