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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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8일 23시 29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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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는 절규했다.

     또 기절할 것 같다.

     설마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을 줄이야. 그런 것에 휘둘리고 있었다니.



    "어, 어째서 그런 일을 ......"



     아무것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하는 실비아를, 엘베르트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엘베르트는 뭔가 아는 것 같았다. 고민하듯 시선을 흘깃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이 실비아를 똑바로 쳐다본다.



    "실비아, 나는 예전부터 너를 좋아했다."

    "전하 ......?"



     이번엔 진짜 기절할 것 같다.

     아니면 이미 정신을 잃어버려서 그럴듯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럴 리가 없으니까.



     실비아와 엘베르트는 그저 아는 사이일 뿐, 친하게 지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실비아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겨두려고 했던 사랑이었다.



    "ㅡㅡ하지만 포기하고 있었다. 너를 왕비의 자리에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

    "............"



     엘베르트의 표정은 괴로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건 꿈이 아니구나 싶었다. 꿈이라도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전하께서, 나를 ......)



     왕비에게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왕을 받쳐주고, 왕과 함께 걸어가고, 나라의 어머니가 되고, 귀족 여성들 위에 군림하기에 합당한 존재여야 한다.



     아무런 재주도 없고, 가문의 작위도 높지 않은 실비아에게 왕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너는 노력가였고, 헌신적이었고, 꺾이지 않는 꽃과 같았다. 그런 너를 꺾고, 억지로 꾸미고, 중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갑자기 왕태자비 후보로 네가 뽑혔을 때 ...... 솔직히 기뻤다. 하지만 그 점쟁이가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고 뭔가 속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ㅡㅡ기뻤다.



     그것은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실비아도 기뻤던 것이다.

     왕세자비 후보로 뽑혀서.

     그저 순수하게 기뻤다.



    "점쟁이는 아마 내 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내가 포기한 실비아를 왕세자비로 밀어줌으로써, 은혜를 갚고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점쟁이 칼페리는 왕비의 신임을 얻고 있다.

     왕성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리려고 엘베르트와 실비아를 연결시키려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네가 혼자서 점쟁이에게 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경고하지 않은 내 잘못이야."

    "그건 제가 마음대로 ......"

    "실비아, 미안하다. 왕비 후보에 대한 얘기는 없었던 일로 치자. 너는 자유다."

    "ㅡㅡ전하."



     실비아는 엘베르토를 바라보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그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더 이상 전하를 포기할 수 없어요."



     엘베르트가 실비아를 포기한 이유가 왕비의 자질이 없기 때문이라면.

     익히면 된다.

     그저 그뿐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왕세자비 후보가 될게요. 저는 왕세자 전하를, 엘베르트 님을 좋아하니까요. 예전부터, 계속. 그러니 ......"

    "실비아...... 괜찮겠어? 나는 분명 다시는 너를 놓지 않을 거다."

    "네."



     고개를 끄덕인다.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었다.

     엘베르트의 손이 부드럽게 실비아의 뺨에 닿았다.

     이끌리듯 눈을 감자, 입술이 맞닿았다.









     실비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저주를 받은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자신은 엘베르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저주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저주는 풀렸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똑바로.









     ㅡㅡ그 후.

     점쟁이 칼페리는 왕비를 속이고 국고를 축낸 죄로 죄인의 화형대에 올라 처형당했다.



     왕세자비 후보 이야기는 일단 백지화되었고, 집으로 돌아온 실비아는 이후 엘베르트와 천천히 사랑을 키우며 노력을 계속하였다.

     실비아는 결국 모두가 인정하는 왕세자비 후보가 되었고, 몇 년 후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왕세자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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