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3년 12월 18일 23시 26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점술 같은 것에 휘둘릴 생각은 없어."
극비 용무로 왕성에 불려 간 실비아 디 바르지니는, 은발에 자줏빛 눈동자를 가진 왕세자 엘베르트 디 그리타니아에게서 차가운 목소리의 그런 말을 들었다.
왕비로부터 미리 들었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말에, 실비아는 잠시 얼굴이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내 초록색 눈을 가늘게 뜨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알겠습니다, 전하."
고개 숙인 실비아의 시야 한구석에서, 아마색 머리카락이 슬프게 흔들렸다.
ㅡㅡ왕세자는 어떤 저주에 걸렸다.
그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진실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실비아는 바로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 진실한 사랑의 상대로 지목된 것이 실비아였다.
하지만 실비아와 엘베르트 왕세자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일 뿐이다. 백작가의 딸과 왕족이라는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특별한 관계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실비아가 선택된 것일까.
그것은 왕비가 신뢰하는 점쟁이의 점괘 결과라고 한다. 실비아가 왕세자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왕세자는 그 점괘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것은 왕의 명령이다.
양측의 합의 없이, 실비아는 왕세자비 후보가 되었다.
"마음은 이해해요...... 남의 명령에 따라도, 자기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법인걸요."
실비아는 왕성에 마련된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본인들이 거부하더라도, 실비아와 엘베르트는 임시 약혼자 취급을 받는다. 왕의 명령에 거부권은 없다.
왕세자의 저주가 풀릴 때까지, 실비아는 왕세자비 후보로서 엘베르트와 진실한 사랑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아무리 무모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라 할지라도.
그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실비아는 왕성에서 살아야 한다.
"언제쯤이면 돌아갈 수 있을까 ......"
앞날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
(저주란 대체 무엇일까 ...... 물론 국가 기밀이겠지. 나한테도 알려주지 않는걸)
저주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 금지다.
왕세자가 저주를 받았다는 것은 국가적 위기다. 자칫 잘못해서 국외로 새어나가면 어떻게 될지.
그 때문인지, 실비아도 저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
(그래도 점괘로 뽑혔으니 서로 사랑하라니, 너무 무리잖아......)
소녀의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귀족영애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
이것은 국가의 중대사안이다. 귀족으로서 왕가를, 국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실비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진실한 사랑이라니...... 바보 같아. 여기 있는 것은 일방통행식 사랑뿐인데...)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실비아는 사실 예전부터 엘베르토를 좋아했다.
하지만 엘베르트의 주변에는 공작가의 영애, 후작가의 영애, 재상의 딸 등 백작가의 딸인 실비아보다 더 적합한 상대가 많다. 어느 영애도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미래의 왕비가 될 자격이 있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많음에도 '진실한 사랑'의 상대로 자신이 선택되었을 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과 기쁨이 동시에 찾아왔다.
하지만 작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ㅡㅡ부서진 연심이, 한 알의 작은 눈물이 되어 흐른다.
(전하도 딱하시지......)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것도 점괘의 결과를 강요받아서. 그런 것으로 진정한 사랑이 생길 리가 없다.
그리고 실비아는 결심했다.
어린 시절부터의 사랑에 이별을 고하기로.
(전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습니다)
◆◇
왕성에 온 후, 식사는 항상 엘베르트와 함께 했다. 마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마주 앉아서는 대화 없이 식사를 하는데, 엘베르트는 거의 먹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728x90'연애(판타지) > 저주받은 왕세자를 구하려면 진실된 사랑이 필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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