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있었나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 홍차와 구운 과자, 초콜릿이 나왔다.
실비아는 손을 꼭 쥐고 용기를 내어 칼페리에게 물었다.
"왜 저인가요?"
그것은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와 같은 질문이었다.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처음과 같은 대답이었다.
"운명이라니....... ...... 왕세자 전하께서는 저를 사랑하지 않으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어머나 ...... 분명 진심이 아니겠지요. 실비아 님은 정말 귀여운 분인걸요."
칼페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왕세자 전하의 저주는 무엇인가요. 진실한 사랑 말고는 풀 방법이 정말 없나요?"
"없습니다."
머리에 통증이 울려 퍼진다.
달콤한 향기 때문에 현기증이 난다.
빨리 방을 나가야 한다고 본능이 호소하지만, 실비아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실비아 님, 당신이 아니면 안 돼요."
"저보다 ...... 더 적합한 분이 ......"
실비아는 아무런 장점이 없다.
노력은 했지만 미모도, 공부도, 운동 능력도 자신감이 없다. 대화술도 사교술도. 적극성도 화려함도 없다.
실비아의 장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실비아 님. 두 분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왕세자 전하의 저주는 풀릴 것입니다."
"세상에 ......"
창백해진 실비아에게, 칼페리는 촉촉하게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마치 달콤한 독약처럼.
"마음이 먼저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오늘 밤 왕세자 전하의 침실로 가세요. 준비는 다 해놓을 테니."
"그런 일은 ......"
"저주를 풀어주고 싶으시죠? 미래의 왕세자비 전하."
머리에 통증이 울려 퍼진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마치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이대로 아무 생각 없이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얼마나 편할까?
ㅡㅡ그래도.
"......안, 돼요.......전하의 마음을 무시하고 그런 짓은........."
머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되어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음이 강하시네요. 좀 더 강하게 태워볼까요? 그러면 분명 자신에게 더 솔직해질 테니."
"......안, 돼......"
빨리 도망쳐야 한다.
이 방에서.
이 향기로부터.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하는 실비아였지만, 뒤로 돌아간 칼페리에게 가볍게 어깨를 잡히자 그것만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ㅡㅡ실비아!"
격렬한 소리와 함께 방의 문이 힘차게 열렸다.
(...... 전하 ......? 어째서 ......)
방에 들어온 것은 엘베르트와 그의 측근이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비아를 보고, 엘베르트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실비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향기는 뭐고?"
엘베르트는 분노를 드러내며 칼페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칼페리는 당황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향입니다. 실비아 님께선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왕태자비 후보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벌을 각오하고 있겠지?"
"기......기다려 주세요!"
칼페리는 무자비한 추궁에 놀라 엘베르트에게 매달리려 했지만, 엘베르트의 측근들에게 가로막혀 제압되었다.
"연행해라!"
◆◇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바로 근처에 엘베르트가 앉아 있었다.
실비아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걱정스럽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엘베르트의 은빛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실비아, 기분은 어때?"
"괜찮아요. 많이 나아졌어요."
더 이상 그 향기는 나지 않는다.
"어째서 칼페리와 단둘이 남게 된 거지?"
"죄송합니다 전하 ...... 전하의 저주를 꼭 풀고 싶어서 ......"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다. 그 점쟁이가 지어낸 거다."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