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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외편1 3 살베니아 자작령의 끝과, 다나폴 후작령의 시작(전편)(2)
    2023년 12월 05일 20시 09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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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살베니아 땅에는 영주 일가에 직접 대응을 요구하는 성가신 영민들이 많다.

     2대 자작 스티브와 그의 아내 두 사람이 그 대응에 힘쓰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레이프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응할 영주 가문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분명했다.

     원래대로라면 영주가족이 부족한 상황에서 2대 자작 스티브가 많은 자식을 낳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의 아내 역시 가혹한 노동환경 때문인지 사샤 살베니아를 낳은 후로 더 자식을 낳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아직 스티브 자작만 있다면 딸 사샤 살베니아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스티브 살베니아 자작 부부가 사고로 사망했다.



     영주의 관저는 난리가 났다.

     앞으로 스티브 자작이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퇴하게 되자, 레이프는 승진하게 되어 통치부의 부장으로 임명되었다.

     솔직히 레이프도 사임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 살베니아 땅의, 그것도 통치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그 막중한 임무를 완수할 자신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인재가 없다는 것도 레이프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레이프까지 도망치면 이 살베니아 자작령의 영민들은 어떻게 될까.



     레이프는 고심 끝에 통치부장을 맡기로 결심했다. 인수인계도 없이 도망친 전임 통치부장이 남긴 자료를 읽어보며, 레이프는 어떻게든 이 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작 대리로 취임한 사일러스 살베니아의 지시가 정말 엉망이다. 남겨두어야 할 자료를 버리라고 지시하고, 최소한의 배려를 불필요하다고 잘라내고, 그 후의 처리는 말단 관료에게 맡기는 식이다.

     사이러스 자작 대리의 판결을 최대한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사무를 조정하면서 일을 하는 나날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그러던 중, 살베니아 저택의 집사인 그렉 구스타르가 당시 아홉 살이었던 사샤 살베니아를 통치 현장에 데려왔다.



     아홉 살짜리 소녀인 자작을 어른들의 일터에 데려온 것에, 레이프 일행은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렉 구스타르 집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라면 자작의 인장도, 자작 대리인의 인장도 만질 수 있습니다."



     레이프 일행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자작의 인장이나 자작 대리인에는 일정한 권한이 있는 자 외에는 도장을 찍을 수 없도록 마법이 걸려 있다. 그리고 마법이 유효한 상태에서 도장을 찍지 않으면 도장 문서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샤 살베니아는 비록 아홉 살짜리 소녀이지만 분명 자작이며, 자작 인장과 자작 대리인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이다.

     요컨대 이 집사는 그녀를 활용하면 저 사일러스 살베니아 자작 대리의 판결을 거치지 않고도 영주 관저로서의 판단임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레이프와 동료들은 고민했다.

     사이러스를 끌어들이면 필요한 사무의 절반도 진행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이 자작령은 존속할 수 없게 된다.

     막대한 세수만이 이 자작령의 강점인데, 그것을 징수하러 다니는 관료들과 호위병들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 사이러스는 당장 보수를 하지 않으면 다음 비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요충지의 교량 공사의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는다.



     간절하게 원하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이러스보다 더 나은 인재.



     하지만 상대는 미성년자, 더구나 아직 열 살도 안 된 소녀다.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꼭두각시로 삼기에는, 너무나 어른으로서 무책임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망설이는 관료들의 등을 떠밀어준 것은 다름 아닌 사샤였다.



    "저는 자작 영애ㅡㅡ아니, 이미 자작이에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돕고 싶어서 지금까지도 열심히 통치 공부를 해왔어요. 이 자작령이 이번 혼란에서 벗어날 때까지 저도 힘이 되겠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각오를 다진 그 말에, 관료들은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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