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5화 합방 후의 반성회(1)
    2023년 12월 01일 23시 22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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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하셨습니다!"



     무사히 방송이 끝났음을 확인한 아마네코 냥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다.

     방금 전까지 두 시간 남짓을 함께 이야기한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듣고 있는 이쪽까지 기운을 북돋워주는 밝은 목소리다.

     만약 내가 거래처에 있는 사람이고, 녹음 후 이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면 다음에도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이번 방송에서 몰카라는 명목의 기획 NTR을 당한 피해자다.

     아무리 아마네코 냥이 방송 후 모든 것을 상쇄하는 듯한 쾌활한 목소리를 내도, 내 안에 있는 말은 하나다.

     바로,



    "지쳤다 ......, 참말로 지쳤다 ......"



     이것으로 끝이다.



    "아하하, 정말 피곤해 보이시네요, 쿠로네코 씨는."

    "그야 당연하지. 왜냐면 어제부터 회의만 잔뜩 해놓고서 막상 실전에서 이러면 ......, 힘들다니 뭐라느니 하는 감정보다 피곤하다는 느낌밖에 안 들어 지금은."

    "아하하......"



     아하하하가 아니라고.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은지, 통화 넘의 아마네코 냥은 방송 중의 내 목소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던 자신만만한 모습에서 바뀌어 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죄송해요. 솔직히 어제 기획이 결정된 단계에서 이건 이제 빼앗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요"

    "그렇게 일찍부터? 아니, 그래서 그렇게 꼼꼼하게 회의를 했었구나 ......"



     덕분에 처음에만 당황했을 뿐, 그 이후로는 별다른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쿠로네코 씨의 안마당에서 방송을 하는 이상 시청자 여러분은 역시 쿠로네코 씨를 보러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갑자기 개인 유튜버가 나와서는 관심도 없는 질문에만 답하는 기획은 솔직히 허탕 친 기분이 아닐까요?"

    "글쎄요, 그렇긴 하죠."



     그런 우려는 계속 있었다.

     하지만 하룻밤만에 준비할 수 있는 기획이란 게 그게 그거기 때문에, 다소 무난한 형태로라도 진행하고서 부족한 부분은 채팅이나 토크에서 분위기를 띄우자는 이야기였을 터였다.



    "딱히 쿠로네코 씨의 기획이 엉터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것도 방송 전에 말했듯이 질문 기획은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쿠로네코 씨의 강점을 살리려면 단순히 질문 기획을 하는 것보다는 충격을 주거나, 반대로 쿠로네코 씨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나의 강점 ......"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좋은 소리가 나는 장난감ㅡㅡ이 아니라 리액션이에요."



     지금 뭔가 바보 취급 당한듯한?



    "이왕 그렇게 좋은 리액션을 할 수 있는데 얌전하게 사회 진행을 하는 건 아깝다! 쿠로네코 씨는 사회자석에서 얌전하게 있는 것보다는 휘두르거나 휘둘리는 편이 더 빛난다! 그렇게 생각한 결과가 보시다시피 이번 서프라이즈였답니다."



     하고자 하는 말과 의도는 잘 알겠다.



     그대로 아무 일 없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허무한 방송까지는 아니겠지만, 클립각이 별로 없는 방송이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것은 딱히 아마네코 냥에게 답변자로서의 적성이 없다거나, 리액션이 재미없다는 것이 아닌, 관계성이 적은 가운데 시청자 수가 많은 상대와 합동 방송을 하는 것은 업계상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나에게 천부적인 사회 진행 능력이 있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말하자면 이번 깜짝 NTR은 아마네코 냥으로서는 자칫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 어웨이에서 유일하게 반전을 노릴 수 있는 묘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채팅창을 보면 시청자 대부분이 내가 응답자가 되기를 원했고, 아마네코 냥이 진행을 맡아준 덕분에 당초 계획보다 방송이 더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뭐, 응답자가 된 탓에 진행 능력은 키우지 못했지만.



    "응, 아마네코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방송하는 건 잘 알겠어."



     이런 타입은 방송 중에도 다음에는 뭘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면서 임기응변으로 움직이지.

     나는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본받아야겠다. ...... 물론 깜짝 이벤트 같은 건 따라 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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