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2화 일어났더니......(2)
    2023년 12월 01일 19시 46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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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도는 방송인의 상식이다.



    "그래서 미리 얘기해 두는 게 방송에서 컨디션이 좋을 것 같아서 한 시간으로 정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

    "그리고 쿠로네코 씨는 슬로 스타터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요. 처음엔 소통력이 낮지만, 점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목소리와 대화의 상태도 좋아지는 타입이잖아요."

    "아......."



     오타쿠가 그렇지.

     자신의 텐션이 올라가거나 자기가 잘하는 일에는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경우.

     잘 알아보셨네요.



    "아마네코 냥 입장에서 이번 합동 방송은 돌발적이지만, 아니 오히려 돌발적이기 때문에 최상의 상태로 하고 싶은 거죠."



     어제 세워둔 대기소에는, 한 시간 전인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시청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닌, 각자 나름대로의 방송 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대기. 오늘 방송 기대돼.

    : 첫 만남부터 합방을 기다렸어. 전설을 보여줘.

    : 또 합동 방송이라니 쩐다! 하지만 그래야 그 두 사람이지

    : 논란 기념 묘비

    : 오늘의 등급 확인 장소가 여기인가요?

    : 대기 중입니다.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합방인데 설마 공지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방송이라니, 역시 냥냥 콤비는 다르네!

    : 좀 더 아끼지 말고 시청자에게 아양 떨어! 아니, 고양이니까 올바른 모습인가?



     ...... 불안해지는 채팅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다들 이번 방송을 여러모로 기대하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 VTuber인 아마네코 냥으로서는 어떻게든 방송을 성공시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 이름을 깊게 새기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쪽잠은 머리가 맑아지니 잘했습니다. 하지만 그 잠결의 목소리는 빨리 고쳐주세요."

    "아, 네."



     밤을 새운 것은 아마네코 냥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 활력이다.

     나만 잠이 덜 깬 상태라면 변명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시청자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

     일단은,



    "밥 먹고 와도 될까? 자고 일어났기도 하고 아마네코 식으로 말하자면 배불리 먹어야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괜찮아요, 그럼 저도 쌓여있는 일 좀 정리할게요."



     그래서 일단 통화를 끊고 냉장고에 넣어둔 도시락을 가지러 간다.

     오늘은 합방을 위해 조금 의욕적으로 역 앞의 세련된 슈퍼마켓에서 연어, 새우튀김, 햄버거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간 디럭스 도시락을 사 왔다.

     게다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도시락이다. 나는 부자다.

     들뜬 기분으로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었는데, 거기서 깨달았다.



     ...... 원래 방송 두 시간 전에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배불리 먹으려고 넉넉한 양을 샀는데, 한 시간 전에 이 양을 먹으면 정말 위험하지 않을까?



     방송 초보 시절의 나 같으면 후회 없이 다 먹었을 텐데,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나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전에 연어와 새우튀김, 소시지와 튀김, 그리고 밑에 깔려있던 스파게티와 부재료인 우엉볶음까지 접시에 나눠 담았다. 좋아, 시작.

     그리고 완성된 것은......, 음, 그냥 햄버그 스테이크만 있는 도시락이잖아 이거!

     뭐, 방송 중에 배고파서 힘들어하거나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보기에도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디럭스 도시락을 한 손에 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끊임없이 딸각거리는 작업음을 BGM삼아 햄버그 스테이크를 입으로 나른다..

     냠냠, 딸깍, 꿀꺽, 딸깍.



    "........."

    "........."



     어, 어색해 ......!

     서로 상대방의 식사와 작업을 신경 쓰느라 침묵이 이어진 탓에, 마이크가 무기질 한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만 잡아내어 어색하다.

     이게 친한 사이라면 침묵도 신경 쓰이지 않아서 오히려 편안한 공간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서로의 호감도는 그 영역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기서 갑자기 '이 도시락 맛있네~'라고 말한다면 상대방도 억지로 끼어들어서 '뭐 먹고 있어요? 라는 딱히 발전성 없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마디로 끝날 뿐,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침묵의 지옥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어색해져서 방송 중에도 어색하고 묘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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