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런 대화가 성립되면 그나마 나은 편이고, 최악은 내 독백으로 처리되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나의 텐션은 디럭스 도시락의 이름을 딴 햄버그 스테이크 도시락처럼 공허한 것으로 전락하고, 오늘의 합방은 연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마네코, 뭔가 말 좀 해봐! 너무 늦어져도 모른다!
"으음."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한 아마네코가 내뱉는 기침소리는 몹시 공허했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내가 말을 하지 않을 때 대화를 걸어줄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것은 식사 중이라서 신경을 써주고 있는 것이겠지 .......
미안, 빨리 먹을게.
"자, 잘 먹었습니다."
으으, 자고 일어나서 햄버거를 먹는 것만으로도 꽤 힘든데, 서둘러 먹었더니 배가 아파 .......
시계를 보니 벌써 방송 시작 삼십 분 전. 결국 평소의 집합시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시간이다.
"그럼."
아마네코가 드디어 입을 열자, 동시에 어색한 공기도 사라졌다.
휴, 드디어 신선한 공기를 마신 기분이다.
"오늘 진행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쿠로네코 씨가 메인으로 진행해도 괜찮겠죠?"
"아, 응. 내가 메인이고, 아마네코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느낌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싶어."
어제 밤늦게까지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한 기획의 제목은 [아마네코 냥 대해부 스페셜]. 솔직히 말해서 [VTuber 100가지 질문]이다.
뭐, VTuber의 첫 합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다.
하룻밤 사이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래봐야 뻔하니, 이것도 열심히 노력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방송 화면을 합방답게 멋지게 꾸미고, 질문 카드도 아마네코의 지도 아래 직접 만들기도 하고, 소소한 소품도 만들어 놓았다.
아마네코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니깐?
기시감이 있는 기획일지라도 노력이 중요한 거야.
"질문은 아마네코 냥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아마네코 냥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기존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내 하룻밤의 노력에 대해 아마네코 냥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쿠로네코 씨를 찾아온 시청자들인데, 그 부분은 쿠로네코 씨가 마음껏 진행을 해서 만족시켜 주세요."
"윽, 열심히 하겠습니다 ......"
분위기를 띄우되, 폭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어, 긴장되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불안해하고 있자, 아마네코 냥이 밝은 목소리로 격려해 주었다.
"이번엔 딱히 흔한 질문이 아니라 오리지널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진행이 엇나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최후의 수단으로 시청자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고요. 시청자들은 자기가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웬만한 일은 신경을 덜 쓰게 되거든요."
"그 말, 아마네코의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
"우리 애들은 단련된 정예들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삐지지 않아요."
아마네코는 무슨 말이냐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일단 100가지 질문이라 해도 본래의 질문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의 질문은 다음 내용을 알 수 있는 재미가 있는 반면, 반대로 질리면 흥미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말하자면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끝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아마네코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을 위주로 질문할 예정이다.
그리고 진행이 지루할 때나 소재가 부족할 때는 질문 모집 시간이라며 휴식을 취한다.
...... 마지막은 시청자에 의존한다니 날먹같지만, 이런 기획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질문을 모집해야 좋다는 것으로.
응, 급히 만들긴 했지만 열심히 했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괜찮아.
"그럼 그 외의 세부적인 회의는 어제 다 끝냈으니, 이제 가벼운 확인만 할까요?"
"응."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될 때까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아마네코 냥과의 합동 방송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