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8화 나의, 지금의 전력(2)
    2023년 11월 19일 21시 01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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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에서 지내고 싶으면 다른 구석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녀는 대화로 기분을 풀고 싶은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힘겠네요. 쿠로네코 씨는 마지막이니까요."

    "응 ....... 지금 교체할래?"

    "후후, 사양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Live2D조의 마지막이라서 이른바 '마무리 등판' 같은 취급이야.

     이럴 때, 후반에 나오는 사람은 계속 불안과 긴장을 안고 있어야 하며 특히 마지막 사람은 더욱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중간에서 조금 앞쪽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지막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

     참고로 오와리 에이카는 중간보다 조금 앞쪽이라는 최적의 포지션이다. 이렇게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차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간 때우기에 이용당하는 여자냐고!



    "아, 이제 차례네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역시 안 바꿀래?"

    "후후......"



     대답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긴 채 오와리 에이카가 떠나버렸다. 어쩌면 그 웃음에 의미는 없었을지도.

     행사장의 모니터를 보니, 그토록 긴장한다고 말했던 그녀도 연습 이상으로 노래를 잘 불렀으며, 토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였다.

     보통 이런 때 긴장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성과를 내는 법이지. 배신자 ......!



     그 후로 여러 사람이 차례로 나를 찾아왔다.

     사쿠야 씨도 그렇고 가오도 그렇고 3기생 후배들도 그렇고. 다들 입으로는 긴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나를 놀리듯 끼어드는 것이다.

     남에게 신경 쓸 여유가 있는 너희들보다 내가 더 긴장하고 있다는 자신 있어. 너희들은 어디까지나 가짜 긴장이라구!



     이제 두 명이 지나면 내 차례, 슬슬 긴장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 찾아온 사람은 유이였다.

     유이는 나의 앞, 즉 다음에 노래할 차례다.



    "긴장돼?"

    "다, 당연하지."

    "그렇구나. 나도 긴장돼."

    "...... 다들 그렇게 말했어."



     뭐, 모두들 제대로 노래를 불러주긴 했지만.



    "다들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그걸 조금이라도 떨쳐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마지막이 너라서 신경을 써준 것 아닐까."

    "이쪽은 신사 분위기인걸 ......"



     성공을 기원하는 느낌의.



    "나는 쿠로네코랑 얘기하면 마음이 편안해져."



     공기청정기잖아.



    "민폐였어?"

    "딱히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

    "다행이다."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서서 노래 부스로 향했다.

     아아, 슬슬 내 차례인가. 긴장된다. 하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나아진 것 같다.



     ◆



    "즐기고 있냐아~~~!!!!"



     떨리는 몸을 가라앉히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외침에 호응하듯, 행사장의 팬들도 큰 소리로 답해 주었다. 이미 이곳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으니, 아마 천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맡게 된 쿠로네코 씨입니다! 라이브의 마지막이 나라니, 운영진 제정신이냐구!"



     아니, 진짜로.



    "솔직히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지만, 일단 노래하겠습니다! 오타쿠라면 제대로 맞춰봐!"



     마음은 충분하니, 스태프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 노래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울든 웃든 내가 노래할 차례다. 그렇다면 마음껏 마음을 다해 노래하자.



    "──, ~~~♪"



     이런, 갑자기 목소리가 뒤바뀌었다.

     당황해서 원래의 음정으로 되돌리고서 계속 노래한다. 틀렸다고 해서 일일이 리액션을 취하면 전부 무너져버리고, 노래에 뒤처져버린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강심장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마침 곡의 추임새 부분에 이르렀을 때였다.

     유명한 곡이고, 오타쿠라면 이런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선곡했기 때문에 '세노'라고 알기 쉽게 부르자 예상대로 관객들이 다 따라 한다. 즐겁다.

     그리고,



    "하아, 하아 ......"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노래의 시작 부분만 빼고는 완벽했고, 호응도 잘해줘서 신나지 않았을까 자평했다.



    "지, 지쳤다......"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말이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해버렸다고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지만, 행사장에서는 "수고했다!" "수고했어"라고 나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계속 혼자서만 내뱉었던 말인데, 이렇게 팬들이 그 노력을 인정해 주니 왠지 모르게 큰 보람을 느낀다.



    "여러분, 고마워! 오늘이 마지막인데 오늘 페스티벌은 즐거웠어? 나는 즐거웠어,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럼, 짧지만 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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