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7화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향했을 때 아무런 짓도 안 했는데 순간 움찔하는 것
    2023년 11월 19일 19시 38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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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했어."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을 미나토에게 들으며, 탁자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아~ 탁자 기분 좋아....... 여기서 살고 싶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차가운 탁자의 냉기가 긴장으로 달아오른 뺨에 닿으니 기분 좋다.

     아침부터 계속 말을 이어가면서도 긴장의 연속이었던 탓인지, 이곳에서 유이와 함께 방송을 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긴장의 끈이 완전히 풀렸다. 부담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라고는 해도, 아무래도 너무 긴장이 풀린 것 같다.

     이제 의자에 기댈 힘조차 없어.......



    "이후에는 라이브잖아. 자, 리허설을 해야 하니 쉴 시간은 없어."

    "으으, 업어줘......"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찍는 녹음 부스다.

     여기서 일어나 있는 힘껏 노래할 수 있는 노래 부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솔직히 이제 일어서기도 귀찮으니 그냥 여기서 노래하면 되지 않을까?

     미나토는 당황한 표정으로,



    "질질 끌고 가도 괜찮다면 데리고 갈게."

    "스파르타잖아."



     그건 과자 가게 앞에서 떼쓰는 아이와 같은 취급 아니야?



    "그런데 미나토는 피곤하지 않아? 나보다 먼저 왔잖아?"

    "글쎄,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아직 괜찮아. ...... 이후의 라이브 무대에서 힘을 다 쓸지도 모르지만......."



     역시 사회인, 학생인 나보다 체력이 좋은 것 같다.



    "빨리 가지 않으면 또 지각했다고 놀림을 받을지도 몰라"

    "으윽."



     오늘만 벌써 두 번이나 지각했으니 세 번째는 좀 봐줬으면 좋겠다.

     아침에도 이런 식으로 우물쭈물한 결과가 그 지각을 초래했으니, 슬슬 적극적인 행동을 익혀야겠다.

     나는 탁자와 동화될 것 같은 몸을 간신히 떼어내고서 일어섰다.



    "오옷."

    "잠깐, 괜찮아?"

    "아, 응, 괜찮아 괜찮아."



     오랜만에 일어선 탓에 갑작스러운 현기증에 시달렸다. 생각해 보니, 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 단 한 번도 일어선 기억이 없다.

     걱정이 된 미나토가 어깨를 빌려준다. 뭐라 뭐라 하면서도, 역시 이런 부분은 상냥해.



    "음, 걸을 수 있어?"

    "괜찮다니까. 걱정도 팔자야."

    "그야......,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지."

    "아, 응......"



     살짝 혼나는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꽤 진짜로 걱정하는 반응이 돌아와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까는 엄격하게 말했는데, 제대로 걱정해주고 있었구나 .......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 "

    "응."

    "팔 좀 빌려도 돼? 아니, 또 어지러워지면 큰일이고, 넘어지면 노래할 수 없으니 무리라면 상관없지만."

    "좋아."



     부끄러워서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미나토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 녀석 착한데?

     그 말에 기뻐하며 미나토의 오른팔을 안는다.

     도저히 근육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부드러운 팔이었다....... 그 끝없는 체력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



    "잠깐, 걷기 힘들어."

    "싫어?"



     아래에서 올려다보듯 미나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 딱히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홱 얼굴을 돌렸다. 매정하기는.

     하지만 안고 있으니까 알겠다. 팔을 통해서 미나토가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의 두근거림도 전해지고 있는 걸까?



     ㅡㅡ이 화끈거림이 기분 좋다.





     ◆





    "쿠로네코 씨와 나츠나미 씨가 꽁냥 대고 있어......!?"

    "안, 안 했는데!?"

    "........."



     노래 부스의 대기실로 가니 이자요이 오우카가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이, 미나토는 얼굴 붉히지 말고 조용히 해.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될 것 같잖아!

     서둘러 팔을 떼자, 미나토가 조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해, 그거 나한테는 아파.



    "내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쿠로네코 씨와 나츠나미 씨가 달콤쌉싸름한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니......."

    "달콤쌉싸름하지 않고! 청춘도 아니라니까!"



     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이 녀석이야 ......!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야기가 복잡해지지 않았을 텐데 ......!



    "........."



     몇 명의 적당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샤넬카 라비리트, 카구야히메 사쿠야, 오와리 에이카, 시시바 베아트릭스 ...... 안 돼, 성가신 녀석들만 있잖아 ......!

     나는 서둘러 이자요이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도망치듯 다가갔다. 녀석 역시 쫓아오지 않는 것 같다.



     잠시 후 다른 사람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여러 명이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넓은 부스와 넓은 대기실이라서 비좁지 않다.

     하지만 알테마의 방송인들이 거의 다 모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서 조금은 축제 분위기다. 특히 샤넬카 씨가 시끄럽다.



    "였어요!"



     리허설은 한 명씩 하는 거라서 지금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역시나 완곡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발성과 음정 확인만 하고, 나머지는 일본인 특유의 양보 정신으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느낌이다. 뭐, 일본인이 아닌 사람도 있지만.

     근데 말이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은 한가하잖아.

     이틈에 내 이름 검색이라도 할까 .......



      음~ 어디 보자, [쿠로네코 씨의 논란강좌를 이벤트에서 하다니 이것이 진짜 논란이 아닐까?]] [전갱이는 직화구이] [쿠로네코 씨 귀여웠다] [유이쿠로는 진짜인가......?] [유이쿠로보다 마츠네코를 추천한다] [쿠로네코도 성장했네. 올해부터 보기 시작했지만].

     전갱이는 소금구이라고.

     그리고 적당하게 트위터에서 엄청 피곤하다느니 토끼가 시끄럽다느니 하며 떠들어대고 있자, 직원이 불렀다. 아무래도 내 차례가 온 모양이다.



     마이크 앞에 서서 목청을 가다듬는다. 하루 종일 말을 한 뒤에 노래를 부르라니, 분명 부른 뒤에는 목이 쉴 것 같다.

     보컬 선생님에게 배운 발성을 하고 나서, 내가 부를 노래를 틀게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번 불러본 노래라서 이미 가사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다. 레슨의 성과 덕분인지, 후렴구 부분은 물론이고 잘 부르지 못했던 부분도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었다.



    "후우......"



     가볍게 흘린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부스를 나선다.

     모두의 시선이 잠시 집중되자, 움찔하고서 다시 구석으로 도망쳤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멤버가 다 모였지만, 이 자리에는 마츠리 씨와 키린 씨가 없다.

     두 사람은 라이브 스테이지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3D의 공개와 함께 춤을 추며 라이브를 하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여기와는 또 다른, 3D 모션 캡처가 가능한 다른 방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저쪽은 마지막이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고, 첫 3D 공개라는 점에서 세심한 리허설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알테마에 소속된 특권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마츠키리의 3D를 몇 번 보았고 라이브도 견학했었는데, 음, 역시 마츠키리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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