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 가이아스와 사리엘라(2)
    2023년 11월 03일 23시 56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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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매일 안뜰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리엘라는 가이아스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가이아스와의 대화 내용은 다양했고, 나라 돌아가는 상황부터 근처의 맛있는 빵집까지 무엇이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떤 주제든 간에, 서로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말투와 태도는 저랬지만 언제나 가이아스는 사리엘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의견이 달라도 무조건 부정하지 않고, 그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

     어른들의 편의에 휘말려 이용당하고, 이용당하고, 이용당해 온 살리에라에게 가이아스의 태도는 마른땅에 물을 뿌려준 것처럼 너무나 소중하고 기쁜 일이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 이상은 최악의 상황에 빠지겠어).



     몰래 업무의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집안의 짐을 싸서 주말에 집을 나왔다. 미안하지만 사직서는 우편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해가 중천일 때 잠시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으로 승합마차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어, 뭐, 뭐야!"

    "역시."

    "가이아스 님!? 어째서......."

    "슬슬 도망칠 것 같아서 감시를 시키고 있었거든."



     가이아스가 타고 온 암행용 마차에 갇혀서, 좌석 안쪽에 앉게 되었다.



    "아니요, 그, 도망치는 것은 결코..."

    "사실 맞잖아?"

    "잠깐의 여행이에요!"

    "휴가도 신청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그렇지만 짐이 많은데."

    "여성의 짐은 많다고요."

    "그래? 그럼 내가 옮겨주지."

    "좀 봐주세요."

    "사샤."



     사리엘라는 몸을 움찔거리며 몸을 굳혔다.



    "실종 중인 사샤 살베니아 자작. 당신이지?"

    "...... 아니."

    "그런 얼굴로 말해봐야 설득력이 있겠어?"



     창백한 얼굴의 사리엘라를 보고, 가이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넘길 거야?"

    "응?"

    "데려갈 바에는 여기서 죽여줬으면 좋겠어."

    "그건 또 흉흉한 말을."



     머리를 긁적이는 가이아스를 보고, 사리엘라는 견디지 못하여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가이아스는 눈을 부릅뜨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야, 진정해."

    "......"

    "일단 이야기를 듣고 싶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

    "이봐. 사정을 모르면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없잖아."



     눈을 깜빡이는 사리엘라에게, 가이아스는 토라진 듯한 어조로 "젠장, 믿어주지를 않네."라며 투덜거렸다.



    "보호해 줄 생각이야?"

    "내용에 따라서는. 뭐, 당신을 보아하니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겠지."

    "어째서?"

    "응?"

    "가이아스 님과는 상관없잖아?"

    "관계있어. 반한 여자의 진퇴에 관한 이야기니까."

    "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는 사리에라에게, 가이아스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야. 설마 당신, 몰랐다는 거야?"

    "무, 무엇을."

    "...... 당신 정말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구나"

    "앗, 하지만, 저기, 거짓말이지?"

    "왜 이런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건데."



     

     떨고 있는 살리에라의 모습에, 가이아스는 먹잇감을 잡은 늑대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자, 사리엘라는 온몸에 불이 붙은 듯 부끄러워졌다.



    "잠깐, 떨어져!"

    "난 네가 좋아. 그 콧대가 높은 것도. 입이 거칠고, 이런 면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 그런 말을 갑자기 해도"

    "갑작스럽지 않은 것 같은데?"

    "난, 안 돼. 도망 중이라서 가이아스 님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흐음.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구나."



     놀리는 듯한 말투에, 사리엘라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내게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 주변에서 방해하면 제거해 버리면 되고. 당신이 할 일은, 좋아하는 나를 믿고 말하는 것, 그것뿐이야."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데!"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잖아. 사랑에 빠진 여자의 마음 정도는 알아."

    "나르시스트!"



     결국, 한참을 망설이던 사리엘라는 가이아스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가이아스는 "그래, 별 문제는 없네. 뒷일은 내게 맡겨."라고 말하자, 그의 품에 안긴 사샤는, 대성통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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