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미는 누구보다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집안의 막내인 그녀는, 항상 집에서 혼자 부활동에서 돌아오는 언니들과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렸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문을 열고 조용한 집에 돌아오면 항상 말할 수 없는 쓸쓸함에 휩싸였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른 집 아이처럼 '돌아왔니'하면서 누군가가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꿈은 세이이치가 이뤄주었다.
세이이치가 부상의 영향으로 학원을 잠시 쉬는 동안, 히나미는 그의 방에 자주 들렀다.
그때마다 세이이치는 '잘 왔어'가 아닌 '돌아왔니'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히나미는 세이이치를 좋아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하지 않아도 그는 항상 그녀가 원하는 말을 해준다.
외로운 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꿔준다.
언니들도 물론 좋아한다.
하지만 세이이치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세이이치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공부하자.
그런 각오로 히나미는 메부키의 방에 찾아갔다.
"어서 와, 나의 신전에 ......"
도대체 어떤 경로로 입수한 것인지, 메부키의 방에는 어떻게 생각해도 초등학생이 소유해서는 안 되는 음란한 책들이 가득했다.
한 권 한 권은 아주 얇은 책이었지만, 얇은 책도 쌓이면 산이 된다.
그 방대한 자료를 메부키는 이것저것 보여주었다.
그곳에서 히나미는 인체의 신비를 알게 되었다.
주위의 친구들은 '징그럽다', '무리야', '메부키 쨩 더러워'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히나미는 '오오. 사람의 몸은 정말 신기하네~"라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 그리고, 히나미는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 그 요괴도, 히나미에게 이런 짓을 하려고 했던 걸까?).
늘 그렇듯이 푹 자고 있었던 그날 밤의 일이다.
안리의 희망에 의해 각 방에 달았던 자물쇠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느끼고, 히나미는 잠에서 깨어났다.
안리는 집을 비울 때나 잠을 잘 때는 반드시 방에 자물쇠를 채우라고 당부한 바 있다.
원래 그 지시는 세이이치가 안리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그 조언이 없었다면 분명 비극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것은 히나미가 잘 때를 노리고 침입한 것이니까.
문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새까만 그림자.
요괴다. 히나미는 그 문틈에 사는 오바케가 온 거라고 생각했다.
요괴는 히나미에게 말했다.
무섭지 않아. 이제부터, 정말 즐거운 일을, 하게 되니까.
라고.
하지만 히나미는 알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요괴는. 분명 히나미에게 아주 무섭고 끔찍한 짓을 할 거라는 것을.
(오빠 ......)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울려. 절대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서 세이이치가 선물해 준 방범용 부저.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이 물건을, 히나미는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이것을 울리면 세이이치가 찾아온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기사님처럼.
(도와줘, 오빠 ......)
히나미는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부저를 울렸다.
요괴는 집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대신, 누나들은 매우 겁에 질려버렸다.
겁에 지린 그녀들은 세이이치의 친절과 따스함을 찾게 되었다.
...... 그것은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라이벌은 언니들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히나미는 안다.
어머니는 분명, 아버지에게 느꼈던 마음을 세이이치에게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지만, 히나미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묘한 부분에서 히나미는 예리하다.
가족 모두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니, 그것은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사하다.
히나미도 세이이치와 함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세이이치를 도와주고 싶은데.
...... 히나미가 부저를 울린 탓에 세이이치가 다쳤는데.
그래서 자기가 세이이치에게 많은 보답을 해줘야 하는데.
히나미는 어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 놓쳐서는 안 되는 본질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는 소녀였다.
세이이치는 몸을 던져 우리 가족을 지켜주었다.
그래서 그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많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싫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세이이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전혀 몰랐지만 ...... 작은 몸으로도 남자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히나미는 알게 되었다.
알고 말았다.
(히나도 엄마나 언니들한테 지지 않아. 오빠를 많이 기쁘게 해줄 수 있는걸)
막내이기에 가능한 흐뭇한 경쟁심을, 히나미는 그 가슴에 품었다.
그 방법은 조금도 웃을 수 없는 방법이었지만 ......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히나미는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맹렬하게 어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