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짓궂은 수영부 JC 나츠키] 덜 여문 열매는 빠르게 익는다(1)

　세이이치는 등 너머에서, 언제나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나츠키에게 말을 건넸다.



"너희 가족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나도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 더 이상 자신을 자책하는 일은 하지 말아줘. ......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나츠키에게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역시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은 좋지 않아. 분명 네 가족들도 그런 일은 원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괜찮아. 나츠키는 나츠키답게 있으면 돼.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면 돼."



　그렇게 말하면서, 세이이치는 돌아서서 나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등줄기에 달콤한 감각이 스쳐 지나간다.

　몰랐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인지를.



"나츠키. 넌 정말 착한 아이야. 그러니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것이 나한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답이 될 거야"

"......예, 선배."



　아아, 나는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한다.

　이미 충분히 커진 감정이, 한계도 모른 채 더욱 부풀어 오른다.

　그 따뜻함을 더 원하게 된다.



"...... 선배, 오늘 밤, 자고 가도 되겠슴까?"

"뭐?"

"가끔 혼자 잘 때면 무서워질 때가 있슴다. 그날의 일이 생각나서 ....... 이런 얘기, 선배 말고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슴다. 선배가 옆에 있으면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 안 되겠슴까?"

"......괜찮아. 아주머니한테는 내가 말해 둘게."

"에헤헤. 해냈다......"



　세이이치가 보기에, 자신은 조금 손이 많이 가는 후배이자 여동생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이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럼 전등 끌게."

"예. 잘 주무십쇼, 선배."



　나츠키는 세이이치의 침대를 빌렸고, 세이이치는 이불을 깔고서 잤다.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은 허락해 주었지만, 역시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응석 부릴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



"...... 선배?　잠들었슴까?"



　대답이 없다.

　 잠을 잘 자는 세이이치는 이미 꿈속이었다.

　나츠키의 마음속에 장난기가 생긴다.



"......이히히. 잠결에 뒤척인 척하고 몰래 들어가야지."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츠키는 몰래 세이이치의 이불에 침입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매우 기대된다.



"...... 음."



　세이이치의 온기가 가득 담긴 이불속에서 숨을 들이마신다.



"...... 하아♡ 선배의, 냄새♡"



　사랑하는 상대의 체온과 냄새.

　너무 기분 좋아서 뇌가 몽롱해질 것 같다.



"선배 ...... 선배♡"



　금방이라도 이성이 사라져 버릴 것 같다.

　하지만 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 참는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아침까지 내가 제정신으로 있을지.



"...... 선배. 좋아함다. 사랑함다."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이듯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열정을 발산한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고조될 뿐이었다.



[네 몸은 너만의 것이 아니니까]

 

[괜찮아. 나츠키는 나츠키답게 있으면 돼. 원하는 자신이 되면 되는 거야]



　세이이치의 말이 떠오른다.

　정말, 얼마나 배려심이 깊고 멋진 사람인가.




　...... 나츠키가 원하는 것을, 그런 식으로 긍정해 줄 줄이야.




　세이이치의 말대로다.

　자신의 몸은 더 이상 자기만의 것이 아니다.



"이 몸은 전부 ...... 선배의 것임다♡"



　그러니 더더욱 야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가 기뻐할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도록.

　덜 여문 열매가 농익은 열매가 되는 그날까지, 이 마음과 함께 소중히 키워나가자.



　그리고 더더욱 '여자'를 갈고닦자.

　그의 곁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좋은 현모양처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정한 상대에게는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진다.

　엄마의 말대로다.

　지금이야말로 그 가르침을 실천하자.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

　그것이 나츠키가 지금 가장 원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선배님, 기다려 주신다면 저, 꼭 멋진 여자가 되겠슴다♡"



　팔의 흉터로 손을 뻗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앞으로 평생, 자신이 그의 팔을 대신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나츠키는 사랑하는 남자의 가슴속에서 잠이 든다.



"사랑함다 ...... 서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