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부 10 일의 전말
    2023년 09월 19일 21시 04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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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왕궁에서.

     라일리우게 자작과 프리실라, 그리고 나로우 왕자와 그 측근, 주치의 등의, 사건에 연루된 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나로우 왕자와 주치의의 세뇌를 받아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충격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프리실라에 이르러서는 울고불고하는 정신착란 상태였다.



     유일하게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던 라일리우게 자작은 자신을





    [천 년 전 이 대륙을 지배했던 리엘가 제국 황실의 후예]





     라고 소개했다.



     라일리우게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책'이 존재했다.

     그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이 리엘가 제국의 왕족이라는 것과, 어딘가에 강력한 무기(마도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작은 그 내용을 믿고 오랜 시간 동안 영지를 탐색했다.

     그러다 큰 산맥의 기슭에서 견고한 석실을 발견했다.



     석실 안에는 본 적 없는 많은 마도구가 있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움직이는 마도구가 바로 예의 그 마도구였다고 한다.





    "책을 통하여, 나는 그것이 세뇌를 위한 마도구라는 것을 알았다."





     책에는 마도구가 발산하는 파동을 받은 사람이 마력 등록을 한 사람의 말을 무엇이든 믿게 된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에는 식민지 지배를 위한 마도구로 사용했다고 한다.



     자작은 그것을 왕도의 다실 안으로 들여와서, 딸과 협력하여 나로우 왕자와 그 측근들을 세뇌시켰다.



     프리실라와 나로우 왕자가 약혼한 뒤에는 성의 지하로 그 마도구를 옮겨와 성 전체를 세뇌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자작과 프리실라에게 빠져들었고, 그들의 말을 모두 믿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왕에게는 세뇌가 잘 먹히지 않자, 주치의에게 독약을 먹여 약하게 하여 병에 걸린 것처럼 위장해 죽이려 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왕이 죽고 나로우 왕자가 즉위하면, 이 나라는 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 오산이 있었으니, 마도구가 발산하는 파동이 수질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세드릭이 이를 눈치챈 덕분에 클로이에게 조사를 의뢰하여 사건이 발각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라일리우게 자작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없었던 것이다."







     ㅡㅡ그 후 재판이 진행되어 각각의 처분이 결정되었다.



     라일리우게 자작은 극형에 처해졌다.

     딸 프리실라는 광산으로 보내졌고, 가문은 재산 몰수 후 작위를 박탈당했다.



     나로우 왕자와 그 측근들, 주치의 등의 세뇌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는,





    "세뇌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어떤 상황이라 해도,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논란이 일었다,





    "정황을 참작할 여지는 있지만,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변방의 요새로 보내어 국경선 방어 등의 임무를 맡기게 되었다.

     노력과 반성이 인정된다면 돌아올 수 있지만, 원상복귀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각각의 형이 집행되어,

     마침내 이 전대미문의 세뇌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









     ㅡㅡ피로연로부터 약 7개월 후.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화창한 오후.



     솔리디드 공작가의 밝은 다실에서, 세드릭과 콘스탄스가 차를 마시고 있다.



     두 사람은 연둣빛 정원을 바라보며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콘스탄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한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드디어 다 끝났다고 들었어요"



    "그래, 드디어 끝났지."





     콘스탄스가, 컵을 접시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으며 세드릭에게 물었다.





    "저는 항상 궁금했었는데, 왜 그 자작은 클로이를 노렸을까요?"



    "그가 말하길, 욕심이 생겼대."





     점차 정치가 마음대로 되자, 자작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남겨진 마도구를 모두 움직일 수 있다면 세계 정복도 꿈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유명 마도사들을 차례로 납치해 세뇌시키고 분석하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도움이 안 되었고, 다들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클로이 매드니스라면 아마도 가능하다, 그녀의 마도구에는 비슷한 구조가 쓰였으니까."





     그래서 자작은 나로우 왕자를 이용해 클로이를 붙잡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세드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피로연에서의 단죄극도, 클로이 양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사형판결을 내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더군."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강한 세뇌를 시켜 클로이 매드니스를 단죄하게 하고, 그대로 손에 넣는다.





    "처형한 것처럼 꾸며서 몰래 손을 써서 집에 감금하고, 마도구를 분석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정말 악랄한 놈이었지."





     그러자 콘스탄스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라일리우게 전 자작이 발견한 다른 고대 마도구는 어떻게 되었나요?"



    "조사하러 갔던 문관의 말에 따르면, 현장은 엉망진창이었다고 하더군. 인근 주민의 말에 따르면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나서 모든 마도구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고 하던데."





     어느 날 밤, 그을음을 뒤집어쓰고 돌아온 오빠와 클로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런가요."라고 중얼거리고는 창밖을 내다보는 콘스탄스.





     창밖에는, 새잎이 돋아난 나무들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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