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한곡 추시겠습니까?"
"...... 네, 기꺼이."
아리아드네는 아르놀트의 호위를 받으며 댄스홀로 향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불빛이 비추는 댄스홀. 파티에 참가한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는 그 무대 한가운데서, 아리아드네와 아르놀트는 조용히 마주했다.
왈츠의 리듬에 맞춰 서로에게 다가서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홀드를 취한다. 아리아드네는 아르놀트의 리드에 맞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두 사람의 춤.
처음에는 작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계속 크게, 서로의 한계를 확인하듯. 점차 아르놀트의 스텝이 복잡해진다.
(...... 내가 알고 있는 루틴과 다르네?)
왈츠는 세 박자다. 그 세 박자 안에서는 어떤 스텝을 밟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보통은 정해진 스텝을 밟으며, 곡에 맞는 순서, 즉 루틴으로 춤을 춘다.
같은 곡이라도 여러 가지 루틴이 있고, 국가나 지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르놀트가 보여준 루틴은 회귀를 겪은 아리아드네도 몰랐던 루틴이었다.
(자기가 보여준 길을 따라오라는 걸까? 붉은 장미를 얕보지 마. 나 역시 내 손으로 미래를 개척해야만 하니까!)
아르놀트의 리드를 완벽하게 따라간 아리아드네는, 다음 순간 스스로 리드를 하였다.
왈츠에서는 남성이 리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상식을 깬 아리아드네를 보며, 아르놀트는 살짝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뒤따랐다.
아리아드네가 보여준 것은 지극히 평범한 루틴. 평범한 삶을 원한다는 것을 암시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따라갔다.
아리아드네가 웃으면서 주도권을 아르놀트에게 돌려준다. 다시 아르놀트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춘다. 그는 유명한 루틴을 선택해 아리아드네를 매료시키려는 것처럼 리드했다.
춤을 통해 그의 배려가 느껴진다.
"......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 라파엘 폐하께서는 사실 무슨 말씀을 하셨지요?"
"어째서, '사실'을 강조해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당신과 춤을 췄기 때문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그 역시 춤을 통해 아리아드네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는 작게 웃었다.
"그래요. 거짓말을 할 때는, 진실 속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 말하기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진실이라는 뜻?"
"네, 정확히 말하자면, 그랑헤임이라는 성을 쓰게 할 생각은 없다. 원하는 대로 살라고 하셨어요."
"확실히 거짓말은 아니군요. 받는 인상은 전혀 다르지만."
우아하게 스텝을 밟으면서, 머리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 아르놀트도 사색에 잠겨 있다. 아마도 라파엘의 꿍꿍이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을자, 아르놀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살아남을 수단을 찾아야죠. 이번엔 라파엘 폐하와 아르놀트 전하의 재치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잠재적으로는 이미 적으로 간주될 테니까요."
보석안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오늘 이 순간에도 암살자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아리아드네에게는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없다.
불안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자, 아르놀트가 "괜찮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의 당신은 무례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지요. 게다가 애슐리 아가씨를 대하는 모습이 어른스러웠고, 어머니를 구해준 당신은 당당했습니다."
"......송구스럽네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당황하면서도, 간지러움을 느껴 수줍어했다.
"어머님이 당신한테 했던 뜬금없는 이야기를 기억하시는지?"
"...... 그건, 혹시 그거요?"
딱 한 가지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제2왕자파에 대항할 수 있는 후원자가 필요했다. 베스트는 아르놀트와의 약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할 수 없다며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리아드네에게는,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어느새 왈츠는 끝을 맞이했다. 잠시 정적이 찾아온 댄스홀 한가운데서,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아리아드네의 보석안이 비치고 있었다.
아아ㅡㅡ라며 확신을 품는 아리아드네.
아르놀트는 한 걸음 물러나서,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반드시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부디 저와 결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