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 집이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진다?
    2023년 09월 06일 19시 28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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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 님과 나를 태운 마차는 웅장한 대문을 지나 넓은 정원을 건너 호화로운 저택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는 ...... 그, 누구의 집이죠?"



     먼저 마차에서 내린 리오 님은 "내가 왕도에서 신세 지고 있는 타체 백작의 저택입니다"라고 말하며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리오 님의 손을 빌려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



     더 이상 부상을 입을 수는 없다.



     리오 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는 마지 못해 타르체 백작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의 집에, 함부로 남을 데리고 들어가도 괜찮을까?



     원래는 내 집으로 데려다 줄 예정이었지만, 마린의 일로 인해 급히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리오 님은 타체 백작 부부에게 나를 이곳에 데려오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일이 복잡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내 걱정과는 달리, 밤 모임에서 돌아온 리오 님이 붕대를 감은 수상한 여자를 데리고 돌아와도 저택의 하인들은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체 부부는 아직 야회장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집의 메이드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여인이 리오 님에게 "어서 오세요."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 분은 세레나 양인데, 내가 부상을 입혔어. 다 나을 때까지 여기서 머물게 해."



     그런 걸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거야!?



     분명 싫은 표정을 지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메이드장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객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래."



     객실로 안내하는 동안 스쳐 지나간 메이드들도 누구 하나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여 인사하였다.



     우리 집의 메이드들과는 많이 달라. 질 좋은 하인이란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하지만 그건 리오 님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며, 리오 님이 없으면 이들의 본성이 드러날지도?



     안내받은 객실은 매우 넓었다. 실내에 놓인 가구와 장식품이 고급스러워서 이 저택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리오 님은 나를 향해 "편히 쉬세요."라고 웃어주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기 전에 메이드장에게 "내 소중한 손님이니, 세레나 양의 소원은 모두 들어줘."라는 말을 했다.



     메이드장은 동의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왠지 오늘 밤은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더 이상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멍하니 서 있자, 메이드장이 "아가씨, 잠시만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그 표정은 매우 싸늘하다.



     저것 봐, 역시. 리오 님이 안 계시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



     내 집의 메이드들한테도 무시당하고 대접받지 못하는데, 남의 집의 메이드가 나에게 잘해줄 리가 없어.



     내가 무슨 짓을 당할까 봐 경계하고 있자, 메이드장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가씨, 잠시만 실례할게요."



     내가 몸을 움츠리자, 메이드장은 주머니에서 꺼낸 긴 물건을 내 허리에 감쌌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줄자였고, 메이드장은 진지한 얼굴로 "호오, 가늘구먼."이라고 중얼거렸다.



    "이 저택에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을지 ....... 부상도 입었으니, 몸의 부담이 안 될 옷으로 해야겠는데."



     아~ 어쩌지, 하면서 하녀장은 생각에 잠겨 있다.



    "죄송합니다. 당분간은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만, 최대한 빨리 아가씨께 맞는 옷을 준비합지요."



     어? 그럼 나를 위해 굳이 새 옷을 준비해 준다는 뜻?



    "아, 아니요,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ㅡ셔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하녀장에게서는, 그 차가운 표정과 달리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우시다니."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라 ...... 이 사람, 지금 나한테 칭찬해 준 거야?



     내가 진지하게 메이드장을 쳐다보자, 메이드장은 "정말 실례했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곧 목욕을 준비하겠사오니, 그때까지는 이 방에서 편히 쉬세요."

    "네."



     방에 홀로 남겨진 나는 소파에 앉았다.



     왠지 오늘은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피곤했다. 졸음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자, 메이드들이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나를 조심스레 목욕을 시켜주었다.



     내 머리를 부드럽게 빗어주고, 폭신폭신한 거품으로 부드럽게 피부를 씻겨준다. 욕조에는 붉은 꽃잎이 둥둥 떠 있고, 욕실 안은 장미 향기에 휩싸여 있다.



     너무 편안해서 이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느새 나는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목욕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다.



     어느새 입혀진 실내복은 여유롭고 촉감이 아주 좋았다.



     아직 젖어있는 내 머리를, 한 메이드가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말려주고 있다.



    "...... 고마워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자, 메이드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소, 송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메이드는 매우 기쁜 듯이 웃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꿈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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