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 네네, 머리부터 와인을 끼얹어줄게요(2)
    2023년 09월 05일 23시 06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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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함부로 말을 걸지 말라고 했지!? 애인의 자식 주제에! 너한테는 그 더러운 드레스가 잘 어울려!"



     내가 거울 앞에서 열심히 연습한 '비열한 미소'를 짓자, 마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겁먹은 척을 한다.



     남 말은 못 하겠지만, 너도 정말 배우 같아.



     여기까지 오자, 드디어 목표인 발고아 영식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에휴, 남자들은 정말 비극의 여주인공을 좋아한단 말야.



     하지만 여자도 멋지게 나타나서 도와주는 영웅을 좋아하니 쌤쌤인가.



     발고아의 영식은, 다가오기는 했지만 마린에게 말을 걸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정말 ...... 아직도 비극적인 요소가 부족해? 어서 마린을 도와달라구.



     봐, 마린이 도와달라는 듯이 너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잖아.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촌극은 끝나지 않을 거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연기를 계속했다.



    "마린도 참, 그렇게나 차려입고서 홀리고 싶은 남자라도 있었던 거니?"



     그렇게 말했지만, 마린은 청초하고 귀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가슴이 크게 벌어져 몸매가 드러나는 상스러운 드레스를 입었다. 물론 마린이 억지로 입힌 것이다.



     남자를 유혹할 의욕이 넘치는 것은, 어떻게 봐도 내 쪽이다.



    "너, 너무해요! 언니!"



     그래, 마린. 너는 정말 너무해.



     아버지의 사랑도, 그 집의 재산도 모두 네 것인데 왜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아?



     왜 나한테 이런 끔찍한 짓을 하게 하는 거야?



     네가 어제 장난 삼아 던진 꽃병이 내 어깨에 부딪혀서 너무 아팠어. 지금도 부어올라 통증을 참기 힘들어.



     그럼에도, 나는 마린에게 미리 지시받은 대로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깨가 욱신거렸다.



     이렇게 하면 내가 마린을 때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남자라도 폭력이 일어날 것을 알면 서둘러 마린을 보호할 것이다.



     발고아 영식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둘러 나와 마린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어서 빨리 마린을 안아주면서 나를 비웃어. 그게 마린이 원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는, 마린이 아닌 내 들어 올린 손목을 잡았다.



     아아 그렇구나, 마린을 감싸주기 전에 때리려고 하는 나를 벌주려는 거야? 그렇겠지.



     내가 키가 큰 그를 아래에서 노려보자, 내 손목을 잡은 채로 속삭였다.



    "훌륭한 연기지만, 더 이상은 하지 않는 편이 ......"



     이번에는 내가 놀라서 입을 열 차례였다.



    "음, 당신, 어깨가 아프죠?"



     발고아 영식은 드레스의 위로 내 어깨를 살며시 만져보았다.



    "심하게 부어 있어요. 많이 아프죠? 의사에게 보여주지는 않는 건가요?"



     너무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 저택에서 내 편은 단 한 명뿐이다. 내 전속 메이드만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그 메이드는 의사가 아니다. 내가 다쳐도 그녀는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아버지는 나를 위해 의사를 불러주지도 않는다.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의 보라색 눈동자에 동요하고 만다.



     지금까지 이렇게 순수하게 남자에게 걱정받은 적은 없었다.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차림새를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자들은 '하룻밤만 놀자'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쓰레기들뿐이었다.



     물론 단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은 없다. 상대하지 않은 남자들은, 거짓말과 악의에 가득 찬 이야기를 퍼뜨리며 내 평판을 더욱 떨어뜨렸다.



     어느새 나는 '사교계의 독부'로 불리고 있었다.



    "놔, 놔줘요!"



     내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동을 부리며 몸을 뒤틀어 버린 나를, 발고아 영식이 꽉 붙잡았다.



     그 순간.



     '우드득'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에게 붙잡힌 손목에 강렬한 통증을 느낀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런 나를 대신해 그가 비명을 질렀다.



    "우, 우와아아아! 저질렀다아아아!" 



     새파랗게 질린 발고아 영식의 얼굴이 보인다.



     왠지, 그에게 안겨서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삼촌, 숙모! 크, 큰일났어!"

    "무, 무슨 짓을 한 거니, 리오!?"



     그런 대화가 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아파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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