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네네, 머리부터 와인을 끼얹어줄게요(1)2023년 09월 05일 23시 06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나는 예전부터 분위기를 잘 읽었다.
그래서 이 야회장에서, 여동생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배다른 여동생 마린이 원하는 것을 항상 충족시켜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린은 아버지와 계모에게 말해서 나는 또다시 식사를 못 먹게 될 것이다.
팔톤 백작인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밥을 먹지 못해 느끼는 공복감만은 평생 익숙해지지 않는다.
괴롭고, 힘들고, 너무 비참하다.
그럴 때면, 나를 남기고서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에게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상한 어머니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해서 어머니에게 가면, 어머니는 분명 울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서, 마린의 바람대로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의 내용물을 머리 위로 부어주었다.
마린의 얼굴에 적포도주가 흘러내린다. 보송보송한 금발머리가 와인으로 얼룩지고, 옥 같은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겉모습만은 천사 같은 마린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주변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다음엔 내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머, 미안해라~"
마침 춤이 끝나고 조용한 음악으로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파티장 전체의 시선이 나와 마린에게 집중됐다.
마린이 슬픈 표정으로 "언니 ....... 왜 ......"라고 중얼거리자, 그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영애였던 마린이 갑자기 주인공급으로 빛이 났다.
봤지? 이때까지만 해도 원하는 남성의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그의 시선을 마린이 독차지하고 있다.
오늘 마린의 목표는, 발고아 변경백의 영식이다.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발고아령은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을 가지고 있으며, 그 군사력은 왕국 제일이라고 한다.
국왕 폐하까지도 주목하는 발고아령의 영식.
그래서 한 달 전쯤 '저 발고아의 후계자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야회에 참석한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왕도에 사는 귀족들은 떠들썩했다.
그 소문을 들은 영애들은 기대에 부푼 마음이면서도 "하지만 발고아는 시골이잖아?" 라던가 "추남이라면, 아무리 발고아라 해도 사절이야."라며 조롱했다.
마린도 '시골 사람한테는 관심 없다'며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발고아의 영식이 야회에 참석하자, 영애들은 금세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발고아의 영식은 왕도에 사는 귀족들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머리 색깔은 짙은 갈색이고, 반짝임도 없다.
하지만 후견인인 친척의 센스가 좋은 탓인지, 촌스러움은 조금도 없었다.
장식을 최소화한 상하의 검은색 의상은, 큰 키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발고아 영식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덩치가 커서 언뜻 다가서기 어려워 보였지만 그가 옆에 있던 부부에게 "삼촌, 이모. 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수줍은 미소에 영애들은 가슴이 뛰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 발고아 영식에게는, 화려하진 않지만, 왕도의 방탕한 귀족 남자에게서 볼 수 없는 성실함이 있었다.'아아, 이 사람과 결혼하면 나를 평생을 소중히 여겨주겠구나.'
왕도 전역의 미혼 영애들이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고아의 영식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국왕 폐하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발고아라서, 돈도 넘칠 만큼 가지고 있다.
이런 좋은 조건의 신랑후보를, 내 이복동생 마린이 놓칠 리가 없다.
마린도 필사적으로 그에게 어필하려고 애썼지만, 영애들에게 둘러싸여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린은 일부러 싫어하는 내 곁으로 왔다.
"셀레나 언니, 야회 잘 즐기고 계세요?"
이것은 여동생의 신호다. 의미는 '나는 즐겁지 않아. 빨리 나를 즐겁게 해줘'라는 뜻이다.
마린은 언제나처럼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처럼 이복동생을 괴롭히는 악역을 맡았다.
나에게 와인을 뿌린 마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마린에게 다가왔지만, 아쉽게도 마린이 원하는 것은 당신들이 아니야.
목표인 그를 이 무대에 올리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728x90'연애(판타지) > 사교계의 독부로 불리는 나~멋진 변경백영식이 팔을 부러뜨렸기 때문에,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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