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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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9월 03일 23시 58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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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마리아라면, 선지자라 해도 납득이 간다.



    "아니, 달라. 그 녀석은 단순히 회복마법에 뛰어날 뿐이야. 웬만한 승려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의 소유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에 가까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 개인적으로는 사신 쪽으로 더 친화력이 높다고 생각되는 녀석이다."



     솔론은 마리아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신랄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예언자의 활동 기간은 1000년이 넘지. 한 개인이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야. 이 나라에 있지? 신을 계속 섬겨온 일족이."



     그렇게 말하자, 솔론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 설마 저요? 당신은 왕족이 예언자라는 건가요?"



     설마 왕족이 의심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 이 나라의 왕족은 원래 신을 섬기는 무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모계 혈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무녀의 역할은 반드시 다음 세대의 왕녀에게 계승되어 끊이지 않고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지. 그렇다면 아마도 이 시대의 예언자는 지금의 왕비가 아닐까?"



    "그럴 리가 없어요! 어머니는 상냥한 분인걸요? 예언자라고 같은 수상한 짓을 할 리가 없어요!"



     나는 기억 속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고, 친절하고, 멋진 여인이었다.



    "그 어머니는 몇 년 동안 못 만났지?"



     솔론은 나의 반론을 무시했다.



    "...... 태후였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무녀의 역할을 물려받았을 때부터였으니, 10년 넘게 못 뵈었네요. 무녀가 되면 사람과의 접촉이 엄격하게 제한된다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알아. 하지만 무녀가 신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거든.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신에게 기도를 한다 해서 그것이 뭐가 된다고?"



     대답하기가 궁색해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다음 무녀가 될 사람은 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까지는 듣지 못했다.



    "모르겠지, 역시."



     솔론은 내 표정을 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읽은 모양이다.



    "이 나라의 신전은 성역이다.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서 왕족이라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없지. 아마 정보가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의 무녀인 왕녀에게조차 신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것일까? 예언자가 이 나라에만 나타나고, 이 나라에서만 용사가 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들을 고찰해 보면 왕족, 아니 왕비의 일족이 예언자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



    "세 ...... 상에 ......"



     쉽게 부정할 수 없다. 나 자신도 부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논하는 상대가 대현자라서, 이 이야기를 망상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없었다.



    "분명히 말해두자. 당신이 왕녀이기에 용사가 잭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공주라면 신전에 들어가서 잭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잭을 찾기 위해 솔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셈이었다.



    "...... 왜 예언자라면 잭의 행방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선지자와 용사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거야. 무언가 있기 때문에, 용사라고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용사들은 왕녀와 결혼해 이 나라의 왕이 되었고. 이번 사건만이 예외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제게 무엇을 하라는 건가요?"



    "왕비를 만나러 신전에 가주었으면 해.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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