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0 <4장 후편> 마리 누나와 귀환의 선상
    2023년 08월 25일 20시 27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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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궁전 안으로 사라지는 제이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서 우리도 궁전으로 돌아오자, 마침 벤이 마무리 인사를 하고서 연회가 끝나던 참이었다.



     그리고 궁전에 딸린,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호텔 같은 방에서 숙박했다.



     다음 날, 성대한 배웅을 받으며 리베르타에서 출항하여 무사히 카르디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카르디아의 항구도시가 눈앞에 다가오자, 칸나 씨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멋진 휴가를 보냈지만, 조금 아쉬운 결말이 되었네."



     시선의 끝에는, 배의 난간에 몸을 기대며 우울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루레트 씨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조용히 내버려 둬야 하나요?"



    "이 문제는 혼자서만 마주할 수밖에 없어."



    "그런가요 ......"

     

     시무룩해하는 나에게, 칸나 씨는 윙크를 하며 밝게 말을 이어갔다.

     

    "다만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어. 바로 평상시처럼 지내기. 그렇지 않으면, 루레트쨩도 도움이 필요할 때 상담하기 힘들어질 거야."

     

    "칸나 씨 ......"



     실감이 묻어나는 힘찬 말로 격려를 받고 있자,



    "다만, 저쪽은 좀 어렵겠네."



     목소리의 톤을 낮추고서, 루레트 씨를 향하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주변보다 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무릎을 안으며 앉아있는 그레이엄 씨가 있었다.



    "저건 누군가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몰라."

     

    "...... 칸나 씨, 왜 순간적으로 저를 보셨어요?"



    "기분 탓이야."



     응, 절대 기분 탓이 아냐.



     그 증거로, 불안한 표정으로 그레이엄 씨를 지켜보던 교단 사람들까지도 나를 보고 있다.



     그렇게나 비난을 계속했지만, 너무 침울해진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동료란 무엇일까 ......"



     사전에서 '동료'를 찾아봐도,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서, 그레이엄 씨의 곁으로 향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제이드 씨와의 대화.



     솔직히 잘도 말해줬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마음의 강함을 인정받았고.



     할 말을 찾으며 걸음을 옮기던 나는, 그레이엄 씨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레이엄 씨"



     그 부름에, 그레이엄 씨의 몸이 부들 떨렸다.



     하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



     숙였던 얼굴이 올라가는 일도.



     텀을 두고서,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



    "괜찮아요."



     천천히, 그 한 마디를.



     무엇을, 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라앉은 이유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전하는 말은 적게, 담긴 마음은 강하게.



     그 마음을 담아서, 괜찮아요.



     몇 분 후, 그레이엄 씨로부터 대답이 왔다.



    "교주님, ...... 마리아 씨!"



     얼굴을 든 그레이엄 씨는 울고 있었다.



     그것도 깜짝 놀랄 정도로 격렬하게.



     괜찮다는 생각이 조금 흔들렸던 것은 비밀로 해두자.



     ...... 정말 조금이라구?



     그 후 일어선 그레이엄 씨는, 교단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난번과는 달리 격려의 말을 연이어 들었다.



     아무것도 몰랐다면, 다가오는 카르디아 항구와 맞물려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을 앞둬 들뜬 일행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거, 나한테는 괜찮았던 걸까......"



     그 물음을 하늘을 향해 조심스럽게 던져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자그레우스 씨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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