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 마리 누나와 충고2023년 08월 24일 23시 36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휴~......"
익숙하지 않은 사교에 지친 나는, 길스와 벨과 함께 궁전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신발을 벗고 파도치는 바닷가를 천천히 걷는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기분 좋은 파도소리.
발밑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그 간지러움에, 머릿속 잡념이 사라진다.
"......"
말없이 계속 걷기를 잠시.
궁전에서 비추는 빛보다 달빛이 더 눈부시게 느껴질 즈음, 불현듯 길스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 눈빛은 방심 없이 내가 가려는 곳의 어둠을 향하고 있다.
그러자 마치 유령처럼, 낯선 남성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키는 길스만큼 크고, 광택 있는 검은색 모피 코트를 입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무기다.
이것도 검은색이지만, 칼날 부분은 불길한 암갈색.
처음에는 낫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러기에는 칼날과 칼자루가 두툼하다.
낫이 아니라 ...... 도끼?
수십 킬로는 될듯한 무기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흔들림 없이 서 있다.
체력이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는 그 남자는, 칼날만큼이나 불길한 눈빛을 보내왔다.
"설마 이런 계집에게 질 줄이야 ...... 그 새끼, 많이도 둔해졌군."
무례한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악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실제로 힘은 있는 것 같군. 그럼 방해가 될 것 같은 싹을 미리 뽑아버려야겠지."
한 걸음 내딛음과 동시에 발산되는, 떨리는 듯한 살기.
즉시 길스와 벨이 응수하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 제이드, 씨?"
"그래, 아가씨한테 줘털린 아저씨라고."
"아뇨,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만큼이나 길스의 공격을 막아냈으면서도 그런 말을.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이겼지만, 내용적으로는 졌다고 생각하는데.
"너...... 제이드"
나를 향해 말했던 것보다 훨씬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 지금은 제노아에서 몰래 온 거지, 유다스?"
"내 이름을 입에 담지 마라! 이 배신자가!"
"배신할 생각은 없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 안 그래, 아가씨."
"여기서 저한테 말 걸지 말아주세요 ......"
애초에 나는 이 유다스라는 사람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다만, 제노아에서 왔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모두 제이드 씨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본인은 웃으며 듣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제노아 사람들은 그만한 짓을 당했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랑 싸우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은 다른 일이 있지? 중요한 일을 우선해야지 않을까."
"쳇, 언젠가는 이 도끼로 네놈을 두쪽내주마. 저 계집도 함께."
어, 나도!?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나와, 그 말에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길스.
하지만, 그 자리에 울려 퍼진 제이드 씨의 목소리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건 용서 못 해."
평소와 같은 가벼운 느낌이 아닌, 우격다짐의 어조.
싸울 때에도 본 적 없었던 진지한 눈빛.
내가 너무 급변한 모습에 당황하자, 유다스 씨는 반대로 표정을 조금 풀었다.
"겁쟁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괜찮은 표정도 지을 수 있잖아. 그걸 실력으로 증명해 봐라. 그렇지 않으면 아까 한 말이 현실이 될 테니까."
그렇게 말을 남기고서, 유다스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완전히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결국 제이드 씨가 입을 열었다.
다시 원래의 말투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가씨는 이제 이 나라에 관여하지 마. 만약 관여한다면 앞으로 큰 결단을 내려야 할 거다."
그렇게 말하고서,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궁전으로 돌아갔다.
다시금 발에 채워진 쇠사슬을 울리면서.
어린애 취급을 당했다며 싫어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왠지, 그때는 이상하게도 나쁜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 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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