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9 마리 누나와 수영복이라면 그것인 바다(2)
    2023년 08월 21일 20시 0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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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아진 손재주(DEX)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어, 밧줄을 끊는 것처럼 스르륵! ......은 안 됐다.



     정말 손쉽게, 루레트 씨의 힘(STR) 앞에 패배.



     그리고 루레트의 양손에서는, '놓아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 이건 저항해도 소용없어.



     바로 체념과 함께 깨달은 나는,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기분전환 스킬을 연마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입에 담을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나의 옷 갈아입기는 끝났다.



     길스가 등을 돌려준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방에서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면, 그곳은 이미 모래사장.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기온은 높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습기가 적어 생각보다 시원하다.



     그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야자수 그늘에 숨어서 계속 햇볕을 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



    "자, 마리아짱. 언제까지나 그런 곳에 숨어있지 말고 빨리 밖으로 나오라구."

     

     쏟아지는 햇살 아래, 칸나 씨가 손짓을 하고 있다.



     칸나 씨는 원피스형 수영복에, 허리춤에는 파레오를 두르고 있었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파레오는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 색감이 정말 대단하다.



     수영복도 파레오도 형광색 핑크라서, 직시하기엔 눈이 따갑다 ...... 결코 아프다는 뜻이 아니니 착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드러내다니 ......"

     

    "괜찮아~ 이 상황에서 마리아 씨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으니까~"

     

     야자열매 주스를 한 손에 들고, 해변 의자에 누워있는 루레트 씨가 웃으며 말한다.



     그런 루레트 씨는 초록색 비키니를 입고 있다.



     그 옷감의 면적을 과감하게 좁혀서, 늘씬한 팔다리와 탄탄한 몸매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슴골이 깊어서, 동성인 나조차도 가만히 쳐다보게 될 정도였다.



     반면 나는 가슴 부근에서 아래쪽으로 눈을 돌리면, 방해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고 발끝까지 시야가 확보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계곡의 깊음보다는 절벽으로서 깊은 것이 치명적으로 다른 점이다.



     세상에는 슬렌더라는 표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내 경우엔 섹시함이 없거나, 몸집이 작거나, 유아체형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으악, 스스로 말해놓고 대미지가.......



     하지만 그래도 그건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



     다만, 왜 준비된 수영복이 진한 남색이며, 상체를 전부 뒤덮는 타입일까?



     아니, 이쯤에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분명히 말해보자.



    "왜 학교 수영복? 게다가 대체 몇 년 전의 수영복인가요!?"



     게다가 가슴 부분에는 네모난 하얀색 천을 박음질하고서 검은색의 굵은 글씨로 '마리아'라고 적혀 있다.



     이름을 적어놓은 부분에서 묘한 집착이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피부가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데, 이건 또 무슨 학대람 .......



     도움을 청해도, 마레우스 씨는 그늘에 끌려가서 경매에 부쳐진 참치처럼 눕혀진 신세라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길스는 내 곁에 있지만, 필사적으로 내 쪽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참고로 목부터 위쪽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렇다면 호위로 왔을 교도들은 어떻냐면 .......

     

    "교주님의 수영복 차림 ...... 게다가 학교 수영복라니!?"



    "이름 부분은 대충 손으로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거, 저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는 거라고."



    "정말 대단한 재현도다. 게다가 가타카나가 아닌 히라가나로 쓰여 있다는 점. 뭘 좀 안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구만!"



    "눈이, 눈이! 행복에 멀겠어!"



    "너무 멋져! 우리의 행복은 확실히 여기에 있었다!"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며 외치고 있었다.



     감동하는 건 알겠는데, 그 마음을 조금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나를 누가 혼낼까 .......



     그런 광경에 진저리를 치고서 수영복에 써놓은 이름을 만져보니, 확실히 울퉁불퉁함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검은색 실로 빈틈없이 정갈하게, 그러나 글자로는 어설프게 보이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수놓아져 있다.



     이런 기술력 낭비를 하는 사람은 대체.......



     비치체어 쪽으로 눈을 돌리자, 루레트 씨가 보람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게 하는 순간부터 얼핏 눈치챘기는 했거든요?



     수많은 장비 특성이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사이즈가 딱 맞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루레트 씨, 당신마저?



     어라? 왠지 지금 말, 굉장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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