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9 마리 누나와 수영복이라면 그것인 바다(1)
    2023년 08월 21일 19시 59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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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해가 끝날 무렵, 배의 끝자락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육지는 바다가 크게 파고드는 형태로 만이 형성되어 있고, 여러 척의 배들이 오가고 있다.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자, 만 안쪽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다가와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 배는 무사히 도착했고, 부두 뒤편에서 던져준 밧줄을 잡은 선원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배를 고정하고 있다.



     이후 출항할 때와 마찬가지로 넓은 판자가 걸렸고, 그 위를 걸어서 배에서 내리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흰 옷이라고 하면 자그레우스 씨가 입었던 토가가 떠오르지만, 이 옷은 좀 더 체형에 맞게 되어 있다.



     중동 사람들이 입는 간두라라는 민족의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모자를 쓰지 않아서 잘 다듬어진 검은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카르디아 여러분, 리베르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우리 쪽으로 향하게 한 채로 겹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마중, 감사합니다."



     왕이 협상을 위해 주선해 준 사람이 같은 동작으로 답례한다.



     이것이 리베르타의 공식적인 인사말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우리도 따라 했다.



    "긴 여정 수고하셨습니다. 처리하 공무가 있습니다만, 우선은 천천히 여행의 피로를 풀고 가십시오. 여러분들이 머물 장소는, 외람되나마 이미 준비해 놓았으니까요."



     우리는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만 했기 때문에, 솔직히 그렇게 피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레우스 씨만 힘없이, 그러나 눈빛 하나하나에 강한 의지를 담아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그 후로도 계속 마레우스 씨는 뱃멀미에 시달리면서 바다를 향해 계속 먹이를 뿌리고 있었으니까.



     배가 리베르타에 도착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분명 마레우스 씨였을 것이다.



     하지만 숙소가 외딴섬이라는 말에 말레우스 씨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외딴섬, 즉 이동은 배로 하는 것이니까.



     마레우스 씨의 고난은 계속된다 .......





     안내받은 외딴섬에는, 목재를 듬뿍 사용해 지은 멋진 단독주택들이 즐비했다.



     동남아시아의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빌라형 숙소의 느낌으로, 나무의 갈색과 초목의 초록이 품격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오오"""



     그 광경에, 마레우스 씨를 제외한 모두가 감탄사를 흘렸다.



     이동 도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이 외딴섬은 국가 소유라서 평소에는 들릴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외딴섬에 있는 것은 우리 카르디아에서 온 사람들뿐이다.



     멋진 숙소라고만 해도 기죽을 것 같은데, 게다가 외딴섬의 전세...... 너무도 파격적인 대우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숙소마다 나누어 쓰기로 해서, 나는 루레트 씨와 둘이서만 사용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길스와 벨도 있으니 네 명이지만.



     내부는 천장이 높아 개방감이 있고, 장식된 색색의 꽃과 회화 작품, 조각 장승이 화려하고 웅장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천막이 달린 넓은 침대가 놓여 있는데, 내 몸집이라면 다섯 명 정도는 넉넉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 그 정도로 침대가 큰 것뿐이라니까?

     

     절대 내 몸이 작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구?



     짐은 아이템 박스에 담겨 있어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문득 루레트 씨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재빨리 닫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차단되어 어두워지는 실내.



     그때, 좁아지는 빛 속에서 루레트 씨의 안경이 요사하게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커튼을 닫고 무언가를 손에 들고서 천천히 다가오는 루레트 씨.



     불쑥 느껴지는 오한.



    "저기, 루레트 씨 ......?"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묻는 나였지만, 루레트 씨는 대답하지 않는다.



     낌새가 이상해지자 길스가 끼어들었지만, 루레트 씨는 계속 걸어가다가 제지하려는 길스의 팔을 미끄러지며 품에 안기더니, 그의 귓가에서 무언가를 속삭였다.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길스의 목부터 위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길스!?"



    "피요요!?"



     벨도 놀라서 작은 날개로 길스의 뺨을 톡톡 두드리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당황해하고 있자, 루레트 씨는 이미 나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잡히는, 양손.



    "마〜리〜아〜씨〜"



    "무, 무슨 일이세요?"



     혼란에 휩싸인 나머지, 아르바이트에서 배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루레트 씨의 입꼬리 높이가, 평소에 온화하게 미소 짓는 높이에서 학살 모드일 때 보였던 높이까지 올라간다.



    "모처럼 바다에 왔으니까, 옷을 갈아입어야겠지~?"



     나는 재빨리 탈출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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