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8 마리 누나와 암약하는 여동생 다시(후편)
    2023년 08월 21일 18시 55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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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그............]



     시바견의 모습을 한 나노가. 양손의 발바닥을 비비며 이쪽을 흘끗흘끗 살피고 있다.



     사람의 모습이었다면 양손의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으려나 ......]



     일의 성과를 보고할 때와는 달리, 그 말투가 연약하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예의주시하고 있던 나는, 예상을 빗나간 부탁을 듣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배우며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는 내가 있는 반면, 집안에 틀어박혀 인간관계에 소홀했던 내가 격한 동요와 함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



     빨리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조급한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었다.



     무슨 말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평온을 되찾았다.



     언니라면 분명 .......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자연스레 침착함을 되찾았다.



    [앗 ......]



     보수가 입금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의 나노에게, 나는 계속 말했다.



    "나노의 부탁을 들어주면 돈 대신에 친구가 되어준다는 거지? 현실의 친구가 거의 ...... 아니, 아예 없는 나지만, 그건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 그러니 일한 만큼의 보상은 제대로 받아."



     그렇게 말하자 나노는 꼬리를 내리고 몸을 엎드려 버렸다.



     후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절당한 것에 실망한 것 같기도 하다.



    "일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친구로서의 이야기야, 나노...... 아니, 캐논."



     내가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시바견이 얼굴을 번쩍 들었다.



     캐논이라는 이름은, 자금을 제공할 때 아는 해커가 알려준 나노의 본명이다.



     좀 못되게 굴었지만, 이 정도는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가 되자고 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테니까.



     ...... 아, 하지만 내가 더 못됐나?



     나 같았으면 아마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어린애 같은 부탁이었지만,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용기를 내서 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서 거절당할 것을 생각하면 두렵고 아프니깐.



     무심한 말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고 움츠러들었던 나니까, 설득력이 남다르다구!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형태로든 말을 꺼낸 나노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언니라면 누가 시키기 전에 알아채고 스스로 움직였겠지.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언니의 여동생이니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해.



     지금까지 다이빙을 해서 아바타를 보여준 적은 있지만.......



     긴장을 숨긴 채, 나는 비록 인터넷을 통해서지만 처음으로 내 방을 비추는 카메라 설정을 켰다.



    [앗!]



    "이게 나야. 용기를 내어 말해준 캐논에 대한 답례.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러자 캐논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고마워, 마키마키......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그리고 대단한 듯한 말을 했지만, 나는 언니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서 흉내를 낸 것뿐인걸!"



     유난히 밝게 말하자, 놀란 얼굴을 했던 캐논이 이번에는 양손을 입에 대고 웃기 시작했다.



     내가 신경 써준 게 들켰나 봐. ...... 언니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건 어렵네.



    [하하하, 마키마키도 마키마키의 언니도, 대단하네]



    "그렇지!? 자랑스러운 언니인걸!!"



     인터넷에서 언니를 칭찬하는 말을 보는 것은 기쁘지만, 역시 친구한테서 들으니 기쁜 정도가 다르다.



     가슴을 펴고 내 일처럼 이야기해 버렸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야. 그럼 나도 보답을 해야겠네]



     캐논이 그렇게 말하자, 카두케우스사의 영상이 사라지고 목록 형식으로 정리된 정보가 나타났다.



    [이것이 언니를 숭배하는 그들의 정보다]



    "이거, 아직 정식으로 의뢰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마키마키라면 궁금해할 것 같아서 미리 수집해 두었어]



    "역시 대단해 캐논!"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 주니, 부끄러워]



     다시 양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이번엔 뺨이 살짝 붉어져 있다.



     재주도 좋네.



     그건 그렇고, 과연...... 그레이엄 씨가 사는 곳이 거기였구나.............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에게, 만약을 대비해서 정보를 보내주자.



     뭐, 뭐 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표시된 정보를 저장하면서 다른 정보를 보다가, 눈에 띄는 이름 두 개가 눈에 띈다.



    "루레트 씨, 개인 명의로 의류 브랜드를 세웠구나. 앗, 이 옷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재단이 꼼꼼해. 게다가 착용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이고, 옷을 구입한 사람들의 행복한 사진이 이렇게나 많이 올라와 있어......"



     오더메이드만 받는 것 같지만, 그 수고를 생각하면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이건 나와 언니를 위해 한꺼번에 주문할 수밖에 없겠어! 그리고, 겸사겸사 마사 오빠의 것도.



     그리고 신경 쓰이는 또 한 명의 이름.



    "이게 마레우스 씨구나 ...... 그레이엄 씨와는 다른 방향으로 관심이 가는데,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네. 이건 혹시 예전에 자그레우스와 사장님이 말했던 희망으로 연결될지도 몰라. 그 결과, 나의 소원에도 ......"



     머릿속으로 그린 미래를 떠올리고 있자, 캐논이 웃고 있었다.



    [마키마키는 정말 누나를 좋아하네]



    "당연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누나니깐!!"



     여동생이 쓰는 말이냐고 따져도 안 들리거든!



     그 후 몇 시간 동안, 나는 누나의 이야기로 캐논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 날은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니 문제없었다!



     다만 언니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반성.



     하지만 자중은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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