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7 마리 누나와 암약하는 여동생 다시(전편)(1)
    2023년 08월 20일 22시 04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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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과 다음 편의 화자는 마키입니다. 주의 바랍니다.


     

     언니와 오빠가 잠든 밤중.



     나는 내 방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주문 제작으로 만든 이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영역을 자유롭게 분할, 확대, 축소할 수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최적의 상태로 정보를 표시해 준다.

     

     투자 동료들은 블라인드 서클릿으로 다이빙하는 것이 창의 개수나 넓이에 제한이 없고 공간도 덜 차지할 거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처리는 어려워진다.



     막연하게 정보를 표시해도 처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보았기 때문에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



     아무리 편리해져도 사람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연해.



     그래서 나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에 물리적인 제한을 두고 있다.



     그것이 디스플레이인데, 이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게 되면 일단 무언가를 닫거나 다른 영역을 좁혀서 표시 영역을 확보한다.



     집중과 선택, 그것으로 정보를 다루는 감각이 예리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디스플레이에 투자 관련 정보를 띄워놓았을 테지만, 지금은 아예 띄우지 않았다.

     

     대신 정보 수집을 도와주는 시바견을 형상화한 도구가, 디스플레이 가장자리에 살포시 앉아 있다.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정보도 찾아주는 유용한 녀석으로, 이름은 제작자와 같은 나노(nano).



     평소에는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 나노이지만,



    "늦잠 안 자고 제대로 일어났구나. 잘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노는 갑자기 뒷발로 일어섰다.



    [마키마키의 부탁은 특별하니까. 그리고 이번엔 늦잠을 자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고]



     단언으로 문장이 끝날 정도로 높아진 목소리가, 나노의 입에서 나온다.



    "너무해. 난 그냥 나노를 깨우러 보낸 것뿐인걸?"



    [이거 알아? 마키마키. 보통은 잠을 깨우려고 완전무장한 민간 군사기업(PMSC)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생긴 뒤에는 늦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야. 그리고 민간군사기업이 아니라 민・간・보・안・업・체!"



    [그게 그거지!!]



     나노가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치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돈만큼 제대로 일해 주는 사람들은, 거래가 쉬워서 좋아."



    [정말이지, 누가 이런 애한테 돈을 쥐어준 거냐...... 아 스스로 벌었지. 감당이 안 돼!]



    "아니, 그런 말을 해버리기야? 그래서 도와준 사람은 누구일까나??"



    [크으으으으......]



     몇 년 전, 높은 해킹 능력이 화근이 되어 쫓기고 있던 나노를 아는 해커의 부탁을 받다 도와준 적이 있다.



     물론 도와줬다고 해도 나는 자금을 지원했을 뿐이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해커를 통해 계약한 민간 보안업체 사람들이었다.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 구출극은 격렬한 전투를 수반했고, 부상자도 꽤 많이 나왔다고 한다.



     부상의 수당 같은 건 계약서에 없었지만, 감사의 뜻으로 추가로 송금했더니 감격해했고, 그 이후로도 가끔 정보를 주기도 하고 나 개인의 의뢰도 받고 있다.



     나노한테서는 그 일에 대한 대가로 몇 가지 협조를 받았다.



     시바견을 형상화한 이 도구도 나노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는, 투자에 관한 것과는 별개로 나노에게 카두케우스의 내부 정보 수집을 의뢰했다.



     그렇다고 악행을 폭로하는 식이 아니라 상황 확인 같은 거지만 말이다.



    [일단은 의뢰를 받았으니, 카두케우스의 내부 상황을 살펴볼까]



     그가 하울링을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디스플레이 전체에 회의실 같은 장소가 비쳤다.



    "이거, 사내 보안 상황을 확인하는 중앙관리실이지? 가뜩이나 보안이 철저한데 어떻게 침입했대?"



     그곳에는 반투명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띄워놓고 무언가를 논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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