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5 마리 누나와 스스로 세웠던 플래그(후편)
    2023년 08월 20일 20시 29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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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 리베르타에 가지 않겠나?"



     임금님의 갑작스러운 제안.



    "리베르타요?"



     분명 야마토의 상품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바다에 둘러싸인 상업 위주의 나라였던 것 같다.



     그 수도는 카이토라고 불리며, 카르디아와는 배로 왕래한다고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리베르타와는 오래전부터 무역을 해왔고, 주기적으로 관세와 취급 품목을 검토하여 이를 반영해 계약을 갱신하고 있지. 조인식 자리는 양국이 번갈아 가며 마련하는 것이 관례이니라. 이번에는 리베르타가 주최할 차례고, 그 시기도 가까워졌지만, 앞선 레기오스와의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짐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라. 그러니 너희들이 짐을 대신해 리베르타로 향했으면 좋겠네만."



    "대리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역할이겠지 ...... 맡을 수 있겠어?"



     마레우스 씨의 말에, 나는 최선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숙였다 옆으로 움직였다 하느라, 오늘의 내 목은 바쁘다.



     그런 거창한 역할은 나한테는 엄청 부담되니까.



    "대리라고 해도 짐의 서신을 상대방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되느니라. 협상은 다른 사람이 맡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평범한 협상이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요즘은 좀 신경 쓰이는 이 짐의 나라에 있으니 조금 길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그동안 그대들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나날을 지낼 것을 약속하겠네."



    "그럼 저희가 아니더라도 ......"



    "마리아짱, 여기선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좋아."



    "칸나 씨?"



     임금님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주하지 않고, 그 어조는 오히려 차분했다.



    "이건 임금님의 배려야. 한동안 다른 나라에서 쉬고 오면, 요슈아도 잘 보살펴 주겠다는 거지."



    "임금님 ......"



     칸나 씨의 말에 다시 한번 임금님을 보니,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



    "마리아여, 그대도 짐의 백성의 한 사람인 것에는 변함이 없느니라. 비록 부덕한 왕이지만 이런 때만큼은 왕다운 일을 하게 해주지 않겠느냐?"



     그렇게 말하며 왕이 작게 웃는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 호의를 고맙게 받기로 했다.





     그 후, 성에서 기사들이 와준 덕에 홈 앞의 소란은 일단 진정되었다.



     우리가 떠날 때도 순찰을 돌아준다고 하니, 옆의 교회도 포함해서 일단은 안심이다.



     홈의 1층은 카술레가 없어지는 대로 과감히 문을 닫기로 했다.



     그동안 레이티아 씨와 라일도 쉬기로 했다.



     물론, 유급으로 말이다.

     

     가뜩이나 고마운 존재이니, 둘이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평소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는 레이티아 씨였지만 ,



    "제2마을 사람들에게. 호박 케이크라도 사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건네주었더니 굉장히 놀라워했다.



     레이티아 씨가 제2도시에서 왕도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자는, 카술레의 단골인 시몬 씨였다.



     예전에 라일과 만났을 때, 우리들 모험가들에게 상처를 입었던 레이티아 씨는 값비싼 물약이나 마법으로만 치료할 수 있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었다.



     내가 만일을 위해 가지고 있던 그것을 건네주었을 때, 라일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도, 레이티아 씨는 제2의 도시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응원이다.



     나로서는 ......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을 레이티아 씨가 하고 있는 거니까.



     그에 비하면, 내가 호박 케이크 먹을 기회가 또다시 멀어지는 건 별거 아니야 ...... 그래, 아니라면 아냐.



     내가 반강제적으로 돈을 받자 레이티아 씨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마리아 씨. 대신은 아니지만, 언제든 카스레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아까의 소동 때문에 야마토의 조미료를 취급하는 상인과 구매에 대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티아 씨는 굳센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여러 의미로 강한 사람이구나, 레이티아 씨는.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인 씨, 죄송해요.



     역시 레이티아 씨한테서는 도망칠 수 없겠네요?





     교회에 가서 무료 급식에 필요한 재료와 돈을 에스텔 씨에게 맡기고, 내가 없는 동안 부탁하기로 했다.



     처음엔 '원래 그건 저희가 해야 할 일이에요'라며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건 내가 멋대로 하는 일이니까.



     레이티아 씨와 마찬가지로 반강제적으로 받게 하고서, 그다음에 나는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이걸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에스텔 씨밖에 없으니까요."



     임금님에게 부탁하면 돈을 받아주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도 의미가 달라질 것 같아.



     그 임금님이라면 '역시 나라에서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중요한 일로 여길 것 같아.



     그런 고확률의 예상에 아련한 눈을 하고 있자, 문득 에스텔 씨가 "저만, 저만 ......"이라고 중얼거리며 뺨을 기분 좋게 붉게 물들이더니 눈동자를 촉촉하게 물들였다.



     오잉, 이 반응은 뭐람?



    "마리아 언니의 부탁, 제가 제대로 들었습니다. 전부 맡겨주세요."



     한쪽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이는 에스텔 씨의 모습을 보고, 어째선지 예배를 드리던 자들도 일제히 그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취했다.



    "아닛, 에스텔 씨! 여러분도 고개를 들어주세요!



     결국 그 자리가 수습된 것은 30분이 지난 후였다.

     

     너무 피곤했지만, 나와 에스텔 씨의 대화를 듣고서 에스텔 씨를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스킬이 있어서 편하지만, 없으면 힘들 테니까.



     참고로 그날 교회에 기부한 금액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묻지 않기로 했다.

     

     물어보면 안 된다고 내 마음이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하지만 이왕이면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귀띔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





     리베르타로 가기 위해, 왕도 남동쪽에 있는 항구도시에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향하는 멤버는 임금님이 선택한 사람들과 우리와 그 호위역할을 하는 그레이엄 씨 일행.

     

     이 눈으로 본 적 없는 바다를 떠올리며 나는 남몰래 설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보고는 엄청 흐뭇해하는 표정을 짓어버렸다.



     남몰래라는 부분이 무참히 무너졌다면 모를까, 이 부끄러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



     하지만 그런 마음도 날려버리는 대화가, 내 귀에 들려왔다.



    "바다를 즐기시는 교주님...... 불탄다."



    "그래, 이건 제대로 호위해야겠어."



    "맞아. 어쨌든 무대는 바다. 바다에서 입는 옷이라고 하면 ......"

     

    "각자, 데이터를 저장할 용량은 최대한 비워두도록! 예비로 클라우드의 용량도 확보하자!!"



    """"예!!!!"""



     이 여행, 여러 의미로 ...... 괜찮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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