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포즈의 베아트리체와 미리아리아였지만, 목소리 톤을 낮출 생각은 전혀 없어 루시아나에게 다 들려주고 있었다.
"루시아나, 친척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숨길 일이 아니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당당하게 말하면 돼."
"딱히 숙부님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만나고 싶은 거라니깐! 그런 게 아니라구!"
"...... 루시아나. 이제는 정말 숨길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네."
흥분하는 루시아나의 앞에서, 루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떠들썩하다고 하지만, 네 명이 모이면 그 이상이다. 출발을 고려하면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활기찬 목소리가 루시아나의 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른 루시아나는, 이곳에 없는 동급생을 떠올린다.
"이미 인사는 해놓았지만, 루키프와 페리안도 왔으면 좋았는데........"
"어쩔 수 없어. 두 사람은 평민인걸. 귀족 구역에 들어가는 것은 꺼려지는 법이거든."
친한 평민 동급생 두 명이 여기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루시아나. 루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루키프 씨는 남자이니, 아무리 동급생이라 해도 이 방에 초대할 수 없답니다."
"어라, 꼭 그렇지는 않아, 미리아리아"
"어머, 무슨 뜻인가요, 베아트리스 씨?"
"루시아나는 외동딸이니까 시집보내야 하잖아? 루키프 군을 백작가의 사위로 맞이한다면, 루시아나의 방에 들어가도 괜찮지 않겠어?"
"어, 루시아나. 루키프와 그런 사이였어?"
베아트리스의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깜빡이는 루나. 루시아나에게 무심코 물어보고 만다.
"무슨 소리야, 루나. 나와 루키프는 동급생이며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베아트리체도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우리 집 내부라고는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퍼질지 모르니까."
"미안, 미안, 내가 좀 과했어."
"그건 그렇고, 루시아나 씨의 장래의 남편은 어떤 분일까요?"
"갑자기 무슨 말하는 거야, 미리아리아"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당황한 루시아나. 미리아리아는 두 손을 모으고, 시선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꿉친구로서도 당연히 관심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요정공주를 사로잡을 남자분이 나타난다면, 역시 궁금하지 않겠어요?"
"요정공주, 그 호칭이 아직 남아 있어?"
당황하는 루시아나. 정말 부끄러운 이름이 붙여진 것 같아서 싫어진다.
"어머, 우리 반에서는 영웅공주의 이름도 제대로 퍼지고 있는걸. 무도회에서 있었던 루시아나의 행동은 모든 참가자들이 다 봤으니까 쉽게 잊히지는 않을 것 같아."
"잊어주면 좋겠는데....... ......"
테이블에 엎어진 루시아나의 모습에, 다른 세 사람은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문득 루나가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요정공주는 무도회 때 알게 된 후 퍼졌지만, 영웅공주는 어디서부터 퍼진 걸까?"
"...... 분명 아버지께서, 재상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기억을 더듬던 루시아나가 대답했다. 아마 습격 사건 다음 날,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아버지인 휴즈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에 루나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낭비를 싫어하는 효율주의자 재상님이 일부러 루시아나한테 영웅공주라는 별명을 만들어서 퍼뜨렸다? 그건 다시 말해......"
그때....... "콩콩"하고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괜찮으실까요?"
"셀레나? 뭔데? 들어와도 돼."
들어온 것은 셀레나였다. 문을 열자, 세레나는 인사를 하고 용건을 말했다.
"릭렌토스 후작가의 맥스웰 님이 지금 아가씨를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뭐?""""
모두가 셀레나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