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역시 소박하게라도 당일 멜로디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어."
"아가씨 ......"
루시아나의 말에 멜로디의 손이 멈칫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루시아나는 멜로디를 돌아보며 살짝 볼을 붉게 물들이며 미소를 지었다.
"멜로디, 조금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 네. 감사합니다, 아가씨. 저도 잘 부탁드려요."
ㅡㅡ생일 축하해. 어머니를 잃은 후, 멜로디에게 그 말을 건네준 것은 루시아나가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오랜만의 일이라 왠지 모르게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볼이 붉어지는 멜로디였다.
"멜로디의 생일 선물은 나중에 생각해 보고...... 내 생일 선물은 부채지만, 부탁했던 기능은 붙어 있는 거지?"
몸단장을 마치고 일어선 루시아나가, 다시 부채를 펼치면서 멜로디에게 물었다.
"네, 원하시는 대로 되어 있어요. 사용법은........"
아무래도 이 부채는 평범한 부채가 아닌 것 같다. 뭔가 마법이 걸린 것 같다. 멜로디가 사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자 루시아나는 그것을 실천해 보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완벽해!"
"만족스러워하셔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 어디에 쓰시려고요?"
부탁받은 기능을 선풍기에 탑재했지만, 멜로디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요청이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멜로디의 앞에서, 루시아나는 부채를 펼치며 웃음이 아닌, 싱긋 미소 지으며ㅡㅡ
"멍청이와 나쁜 벌레가 나타났을 때 쓰는 거야."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안네마리나 마이카가 봤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ㅡㅡ악당영애 같다고.
◆◆◆
"어머, 루시아나! 뭐니, 그 헤어스타일, 귀엽잖아!"
"괜찮지? 베아트리스. 게다가 목덜미에 바람이 닿아서 시원해."
"어깨까지 드러나는 드레스라니. 잘 어울리지만 대담하네요, 루시아나 씨."
"괜찮아, 미리아리아. 물론 외출할 때는 숄을 걸치니까."
"후후후, 정말 멋져, 루시아나."
"에헤헤. 고마워, 루나."
아침식사를 마친 백작가. 이제 멜로디 일행의 마차의 준비가 완료되면 출발할 무렵, 루시아나의 절친 세 사람이 그녀의 출발을 배웅하러 왔다.
베아트리스 리릴트크루스 자작영애와, 미리아리아 팔랑카르트 남작영애. 전 루틀버그 백작령의 일부를 영지로 삼고 있는 신흥 귀족으로, 루시아나와는 어릴 적 친구이자 절친이기도 하다.
루나 인비디아 백작영애. 영지가 없고 왕도에 거주하는 법복 귀족으로, 왕립학교에서는 기숙사와 교실 옆자리에 있는 루시아나의 새로운 절친이다.
네 사람은 루시아나의 방에서 테이블을 둘러싸며 출발 전의 작은 다과회를 열고 있었다.
"지금 말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왕도에 남는 거니까 루시아나도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모두 함께 왕도 순회 같은 걸 하고 싶었어."
베아트리체와 밀리아리아는 이번에도 귀향하지 않고 왕도에 남을 예정이다. 봄의 무도회 이후 두 사람의 가족은 계속 왕도에 살고 있어서, 귀향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시아나도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귀향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께서 영지로 가져가 달라는 서류를 맡겼어....... 영지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루시아나가 마지막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베아트리체 일행은 놓치지 않았다.
"정말이지. 부모님이 여기 계시는데도 향수병에 걸리다니, 루시아나답네."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닌걸!"
"백작님도 일부러 귀향할 구실을 만들어 주시다니...... 사랑받고 있네요, 루시아나 씨."
"저, 정말 일이라니깐!"
"딱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솔직해져도 괜찮아, 루시아나."
"정말! 루나까지! 난 딱히 오랜만에 숙부님을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한 적도 없으니까!"
"...... 미리아리아. 저래놓고서 불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시 루시아나잖아."
"후후후, 정말 귀엽네요."
"거기 두 사람, 다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