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SS1 [새로운 규칙]
    2023년 07월 11일 23시 03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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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단행본에 딸린 SS를 웹버전으로 개정한 것입니다.


     

     죽은 자들이 지상에 득실거리기 시작한 이후,

     '구조는 오지 않는다'

     라는 현실을 피난민들이 받아들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의 규칙은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만 한다.

    ㅡㅡ그것은,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사사키 요스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 하나둘, 하나둘!"







     운동장에서는, 스즈키 선생님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다음은 컴뱃 킥이다! 원모어셋! 원모어셋!"






     현재 마키가오카 커뮤니티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각주:1]에 대한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특히 교직원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뚱뚱하게 살이 찐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일는지.







    "더 허리를 숙여, ㅡㅡ가라테 펀치! 이얍~! 이얍~!"







     요스케는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필사적으로 젊은이들을 따라가고 있다. 여기서 커뮤니티 대표 중 한 명인 자신이 부끄럽게 탈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침 체조도 못 하는 남자에게 '좀비' 대응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럼 다음은, 교정을 조깅! 간다~♪"







     그런데 이, ㅡㅡ젊은 여교사는,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라고 믿는 타입인 것 같다. 그런 멍청한. 마치 체육계 젊은이들이나 생각할 법한, 풋풋한 논리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프로 운동선수들은 불륜 따위는 하지 않을 텐데.







    "자자, 여러분! 울타리에 매달려 있는 좀비들에게 인사해~!"







     하지만 지금은 그런 풋풋함도 필요했다.

     어둡고 침울했던 피난민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사키 선생님, 먼저 가겠습니다."





     요스케의 앞을, 한 남학생이 지나간다.

     히비야 코스케라는 이름의 이 학생은, 하얀 치아를 반짝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앞서 나간다.

     그는 정력적으로 '좀비' 사냥을 하는 학생 중 한 명이다.

     그와 같은 선량한 인물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피난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이봐~! 기다려, 코스케! 경쟁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코스케의 뒤를 쫓아가는 자는, 콘노 린타로.

     한때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종말'이 시작된 뒤로 오히려 더 활기차 보인다.

     친구도 늘어난 것 같고, 무엇보다.







    "이예~이, 깡총깡총♪"







     이 여학생은 키미노 아스카.

     그녀는 ㅡㅡ아마도 성우 지망생인 것 같다.

     과연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인류는 문명을 되살릴 수 있을까?

     먼 이야기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각한다.

     그녀가 꿈을 이루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자~! 오늘은 여기까지! ...... 그럼 모두들 함께~ ......! 빅토리이이이이이이이이!" 







     스즈키 선생님의 호령으로 아침 운동이 끝났다.

     물론 하루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각자 수분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한 후, 각자 배정된 일터로 향한다.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다양한 표정이 떠올라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여유로운 표정.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을 걱정하는 근심 어린 표정.

     삶의 보람을 찾는 욕심 많은 얼굴.

     그리고, ㅡㅡ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잠에 취한 표정.


     사사키 요스케는 그중에서도 가장 무덤덤한 얼굴의 소녀를 찾아내어 말을 건넨다.






    "여어."
    "......안녕하세요."
    "요즘 어때?"
    "그럭저럭. 여기저기 '좀비' 투성이고, '괴수'도 있고, 드래곤은 시내를 날아다니고, 그래서......마음이 무겁네요."
    "그렇구나."
    "듣고 싶은 것은 그것뿐인가요."
    "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좀비'를 죽여야 하니까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네."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일본도를 한 손에 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그 뒷모습에서, 사사키 요스케는 가끔씩 참을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기."
    "......또 뭔가요?"
    "내가 너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내 교사 생활 중에서도, 특히나."
    "그런가요."





     언제 영원한 이별이 찾아올지 모르는 세상.

     우리는 새로운 규칙에 순응해야만 한다.

     아니면 그 말이, 일말의 구원이 되길 바라며.

     그러자 '그녀'는, 조금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럼, ㅡㅡ갔다 올게요."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1. 좁은 곳에 오래 있어서 생기는 질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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