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장 181화 흑기사, 자백할 뻔하다(4)
    2023년 07월 11일 21시 54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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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니,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런 '감시를 위해 나도 잠입했으니까'라는 눈빛을 보내도 받아들일 수 없는걸. 아까까지만 해도 당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몸이 안 좋았잖아."

     어라? 지금까지는 이런 느낌에서도 칭찬을 받으며 마왕으로 성장해 왔었는데, 어째서인지 유미는 어이없어한다.

     곁눈질과 함께 남몰래 한숨 섞인 탄식을 한다.

    "...... 테이블마다 요리가 다른 걸까. 그럼 조금 과감하게 발품을 팔아볼까?"
    "뭘 즐기려고 그렇게...... 그냥 조용히 앉아있으세요."
    "하지만 저 돼지 통구이 같은 거, 내쪽에는 없잖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맛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달려드는 건 조류만으로도 충분해요. 인간형은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요."

     그 와중에도 아까부터 고기 요리만 골라서 접시에 담고 있는다. 지금도 토마토 안에 고기를 넣은 것 같은 요리를 가져와서는 바깥쪽에 있는 토마토를 당연하다는 듯이 내 접시로 옮겨 담고 있다.

    "부대라고나 할까, 파벌 같은 게 있거든요. 이쪽 테이블은 카쵸, 저쪽의 딸랑이는 가니메데, 그리고 저쪽은 파쏘. 참고로 저는 여기 앉아있지만 유미파지요."

     

    그리고 자기는 토마토 맛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
    "그보다도, 그 녀석에 대해 알아보는 거 아니었어요?"
    "얕보지 말아 줘. 네가 화장실에 갔던 동안, 나는 이 카쵸 씨와 친해져서 다 물어봤으니까."

     마왕다운 사악한 표정으로 몰래 카쵸를 가리키며, 은근히 일을 잘하는 흑막을 어필한다.

     카쵸 씨와는 이곳에 오는 복도에서 중간관리자 같은 외모로 의기투합하여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 예를 들어, 뭘 물어봤는데?"

     유미는 놀라지 않고 입을 벌리고 어이없어하다가, 이내 웃으며 다음을 재촉했다. 나보다 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은 요사한 표정이다.

    "미티의 생일부터 키는 물론이고, 포교 영업 실적이 5년 연속 1위라든가, 요즘 들어 기름진 음식이 무섭다든가 하는 근황까지, 이미 죄다 들어놓았지."
    "부지런하기도 하지~ 다시 봤어. 근데 카쵸는 정말 자세히도 아네. 그런데 본명은 물어봤어?"
    "아, 맞다."

     미티에게 본명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나는, 카쵸 씨에게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카쵸 씨, 카쵸 씨, 거듭 죄송합니다. 미티 씨의 본명은 뭐라고 하나요?"
    "본명을 여쭈신다면, ㅡㅡ 미티 카쵸라고 합니다."

     눈을 까뒤집을 것만 같다.

    "오, 오오... ...... 카쵸 씨의 동생이라거나 ......?"
    "아뇨아뇨, 제가 바로 미티 카쵸입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미티 본인을 통해 미티를 탐문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소드 씨의 연락 의무 위반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난폭한 녀석이었다고 들었는데, 이 상냥해 보이는 사람이 미티 ......?

     바로 그때,  모르는 곳에서 이어지던 논쟁에 새로운 불씨가 생겨난다.

    "잘 생각해 보면............ 듀어나 미티 씨보다 더 강하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이 도시에, 이 타이밍에 나타난 그런 고수라면 다시 말해........"
    "-흑기사 ......여기까로 숨어들어왔나."

     눈빛을 바꾸어 한 남자를 노려보면서, 화기애애한 만찬을 살기로 가득 채운다.

     접시에 고기만두를 집던 손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태연한 얼굴로 말한다.

    "............ 설마 그런 ......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강하고, 저녁을 같이 먹는다 해서 흑기사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
    "아까부터 '미티'에 대해서 집요하게, 꼼꼼하게, 집중해서 물어보셨습니다. 왕국의 의뢰를 받은 건지, 이 '배신의 대기사'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건지?"

     카쵸 씨가 안경을 검은색 선글라스로 바꾸며 일어선다. 온화한 부처님 같던 카쵸 씨는, 이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록스타로 변해버렸다.

     그 기세만큼은 완전히 대기사다. 순수한 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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