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74화 레이크의 한담 세가지(4)
    2023년 07월 07일 23시 05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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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재량에 맡긴 판결을 내리라는 나의 명령 자체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레이가 마왕의 손에 넘어갔으니 당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
    "하지만 솔직히 말해, 마왕이 그토록 강대하다면 그레이와 권속이 넘어간들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빼앗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레이를 빼앗은 라기린이 전장에 나타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었다.......

     세레스티아의 뛰어난 두뇌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숙련된 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변호는 해드리지요."
    "고, 고마운 자비심에 감사하다는 말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소덴 가문은 세레스티아에게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

     설마 이것 조차 .......

    "리히, 엔제 교단에 집착하는 후작파 귀족들을 포섭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설마 그들로부터 병사들까지 빌릴 수 있을 줄이야. 당신이 우리 편이라니 정말 든든하네요."

     그가 일부러 레이크 마을까지 직접 찾아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정도의 일, 공주님의 명을 받들면 쉬운 일입니다. ...... 크리스토프는 도움이 되셨습니까? 돌아오고 나서 안색이 좋지 않으시던데, 여쭤봐도 언짢아하시는 기색이라서."

     그 이유야, 그 칠흑의 마력을 마을에서 보았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등 뒤의 크리스토프가 우쭐해하는 리히를 노려본다.

    "네, 아주 잘하셨어요. 덕분에 마왕군을 쫓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
    "호오, 그거 다행이로군요. 잘 됐구나, 크리스토프."

     표정이 좋지 않은 크리스토프와 기분이 좋은 리히를 뒤로 하고, 세레스티아가 자리를 뜬다.

    "앗차, 우리도 중간까지는 동행해야지!"

     리히도 급히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고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키리에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

     브렌에게 은근슬쩍 물어보니, 그 쪽지는 그라스라고 하는 하인에게 전해 달라며 동생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 말투로 보면, 그라스는 마왕의 가짜 모습인 것 같다.

     그 자체로 왕국을 뒤흔드는 중대하고 놀라운 비밀이지만, 현재 키리에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럼 저는 제 방에서 쉬도록 할게요."
    "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하시길."

     변함없이 냉랭하게 오빠와 대화하는 셀레스티아.

     그라스의 동생은, 세레스티아의 하인으로서 동행하여 이 마을에 왔다.

     어떻게 생각해도 동생 또한 마왕의 하수인이다.

     세레스티아에게도 모르는 사이에 마왕의 손길이 뻗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

    "네. 렌드도 무리하지 말고 소드에게 맡기고 쉬세요. 그럼 점심식사 때 다시 뵙지요."
    "예, 편히 쉬십시오."

     깊게 인사하는 오빠에 이어 나도 고개를 숙인다.

     그때--........

    "----"
    "앗......!"

     어둠을 머금은 듯한 윤기 있는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입가에 검지를 대는 제스처를 취했다.

     방에 있는 기사나 크리스토프도 눈치채지 못하는 타이밍에, 키리에만 알 수 있도록.

     아름다운 공주가 약간 드러낸 요염함과 무서움에 ,키리에가 몸을 떨었다.

     무섭다.

     역시 이 짜 맞춘듯한 완벽한 공주만은, 도저히 거역할 수 없다.





     .........



     ......



     ...







    "축제에는 방문하실 생각이신지?"
    "더 이상 사람들을 괴롭힐 생각은 없답니다. 이제부터는 조용히 지낼 생각이에요. 물론 그 에리카도 그럴 생각일 테고요."

     유쾌한 리히와 예의 바르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세레스티아는 왠지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1층 복도를 걷는다.

     서둘러 자기 방으로 향한다.

    "하하하, 이야 실례했습니다. 에리카 님의 이름을 듣고 문득 떠올랐지 뭡니까. 설마 그렇게나 흐뭇하고도 존귀한 에리카 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

     세레스티아의 발걸음이 멈춘다.

     신경은 쓰였다. 그 흉검의 연회 날, 에리카가 완전히 익은 듯한 모습으로 실려 왔던 일이 말이다.

    "어이쿠, 무슨 일이십니까?"
    "......흐뭇하면서도 존귀하다니, 어떤 의미인가요."

     


     8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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