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서적판 발매 기념SS: 레터 패닉!(후편)(5)
    2023년 06월 09일 22시 41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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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때, 정말로 성직자였다."
    "...... 그렇군요."

     방금 전의 이야기가 무엇을 비유한 것인지 유이는 이해가 되었다.

    "교회 퇴마부에 의해 이단자로 규정된 어머니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종교단체의 구성원들은 주살당했다. 모두 죽었다. 그 원수를 갚기 위해, 나는 신분을 속이고 교회에 들어가 조직 체계 등을 모두 파악한 뒤 퇴직하고 ...... 계획을 짜면서 바크라이 상회를 교묘하게 인수하여, 이 교회에 파견된 신부에게 선배로서 접근해 살해하고 바꿔 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바크라이 상회 회장 역시 바꿔 칠 때 살해당했을 것이다.

     신부의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유이는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 중 비밀 전투부대까지 파견된 사례라는 것은, 그 단체의 존재로 인해 주변 지역과 비슷한 규모의 희생이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마리안느가 서방세계의 정의로 인식하는 이단과 이 세계에서의 이단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보통 신화의 해석에 대해서는 논쟁이 벌어지지만, 교회가 지지하는 주류파 이외의 부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조건적으로 존재를 인정한다. 왜냐하면 초대교부들이 다양한 신앙의 존재방식을 긍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단으로 규정되어 무력행사까지 동원하여 섬멸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된다면 ...... 그것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그것이 가르침이었다! 신에게 다가가고, 거룩한 존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했다!"
    "...... 지금도 믿고 있는 거네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유이에게, 신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차기 성녀, 타가하라 유이! 너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나의, 가롤드 테렌스의 삶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신부──가롤드가 교회식 전투술의 자세를 취한다.

     최신식과는 다소 거리가 먼 구식이지만, 확실한 실력은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광기의 빛을 보고 유이는 각오를 다졌다.

    "알겠습니다."

     유이는 조금, 아주 조금 안도감을 느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서 다행이었다. 성녀의 자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살상 능력이라는 부분에서 파격적인 성능을 가진 자신이라 다행이었다.

    (이럴 때, 나라서 다행이야. 나라면 빠르게 죽일 수 있으니까)

     피투성이의 과거가 떠오른다.

     그것을 긍정하기보다, 유이는 포기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살인 기계로 길러졌다는 것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녀는 메마른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저는 언젠가 성녀가 될 자로서, 여기서 ...... 이단자인 당신을 제거하겠습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전력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신부로 가장한 이 남자, 가롤드의 목숨을 빼앗는 데 유이는 2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유이에게, 이단인 그를 굳이 살려서 무력화시킬 이유가 없다.

    "와라 성녀!!"
    "......!"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빛이 비치는 예배당 내부.

     양측의 시선이 불꽃을 튀기고, 동시에 내딛으려 하자ㅡㅡ

     

     

    "유이 양, 그 싸움은 하면 안 된답니다."

     

     
     

     장엄한 목소리가, 강림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조용히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어 ......!"
    "뭐야 ......!"

     예배당 맨 뒷자리, 그곳에 어느새 온 마리안느 피스라운드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싸움을 해도 되는 자는, 저처럼 무한정 스테이지에 단신으로 출격해서 반격만으로 무한히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유닛이 된 이후에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마리안느는 이상한 말을 늘어놓은 후,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일어서더니 유이의 앞으로 나아갔다.

    "...... 마리안느, 씨. 하지만 제가 성녀가 될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당신은 언젠가 성녀가 될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아니 ......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당신의 손이 피에 물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말을 끊고서.

     흑발적안의 아가씨는 가롤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당신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잖아요? 유이 양이 자신을 죽이게 해서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재료로 누군가에게 제공하고 싶은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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