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서적판 발매 기념SS: 네임리스 네이밍(3)
    2023년 06월 07일 19시 38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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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을 뜯어말려준 유이 양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두 사람을 타이른다.

     다행이다. 이 이상 맞았다면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 같았어.

    "여, 영애가 아니었으면 바로 죽었을 거랍니다."
    "그런 문제인가요?"

     무릎을 부들거리며 나에게, 유이 양이 얼굴을 찡그리며 지적한다.

     아니 정말로 영애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것 같아.

     고귀한 배리어로 방어했으니까.

    "그, 그럼, 일단 저의 제안이 가장 좋다는 걸로......"
    "그럴 리가 없잖아!"
    "너 미쳤어!? 새삼스럽지만!"

     린디와 로이가 또다시 화를 낸다.

     너희들은 다른 회사니까 이제 논외야! 바보들아!

    "닥쳐요! 제가 옳다고 말했다는 것이 옳다는 뜻이랍니다."
    "이 녀석을 죽이지 않으면 나라의 재앙이 될 거야."
    "나도 동의한다. 확실히 세계의 위기가 될 거야."

     제멋대로 말하기는.

     내가 세계의 위기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거든. 금주보유자니까.

    "이건 아무래도 만족할 만한 방안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새 귀공자 스타일을 되찾은 로이가, 우아하게 식후 홍차를 마시며 말했다.

     꽤 화가 났지만, 그의 말이 맞다. 세 사람이 각각 내놓은 아이디어를 본 유이 양의 표정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깐.

    "...... 뭐, 뭐, 그거네요. 실전에서 안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연습 같은, 아하하."

     애써 나온 말을 듣고, 우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각자의 아이디어가 너무 안 좋았다. 아니, 너무 판권 소재에 의존하는 거 아니냐고. 이 소설 이래도 괜찮을까......
    "그러니까! 저는 이명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살게요!"

     오른손을 가슴에 대며 유이 양이 외친다.

     활약상을 보면 이명을 붙이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 본인이 말한다면 그런 식도 괜찮을 것 같다.

    "알았어요, 유이 양. 당신의 투표회가 왔을 때 최고의 이명을 결정하도록 해요."
    "[유성영잉]의 센스에는 밀릴 것 같지만."
    "린디, 밖으로 나와 봐요."

     나는 푸른 핏줄을 띄우며 손가락을 꺾어 소리를 냈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너도 웃고 나서 진지한 표정을 지을만한 이름이면서."
    "그건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웃음이었잖아요 ......!"

     린디가 웃으면서 나에게 사과하는 가운데.

     시야의 한구석에서, 유이 양이 로이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결국 마리안느 씨의 이명은 누가 말했나요?"
    "글쎄? 투표회 때는 이미 나와 있었으니까,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가요...... 그럼, '유성영잉(메테오 제로라이트)'는 누가 꺼낸 말일까요......?"

     

     

     

     ◇

     

     

     

     그곳은 슈텔트라인 왕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완전 회원제 VIP 전용 BAR다.

     단순히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는 곳이었다.

     어두운 곳에 사는 뒷골목 주민들조차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락 글라스를 기울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왕국 정부 중심부에 영향력까지 가진 귀족 관계자들뿐이다.

     푸른 하늘에 떨어진 한 점의 먹물처럼, 그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오, 오랜만에 뵙는군요."

     손 씻고 돌아온 한 귀족이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다가온다. 

    "아...... 뮤즈말 씨, 오랜만입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요즘도 바쁘신 것 같으니까요."

     무표정하게 위스키를 마시던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귀족에게 인사를 건넸다.

     귀족 남자는, 정장 차림의 남자의 잔에 잔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바텐더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시를 받은 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반에서 최고급 술병을 꺼냈다. 술통에 쓰인 나무도 1등급, 숙성 기간도 장인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제조는 국내이지만, 외국의 술 애호가들이 신의 술이라 칭하며 찾는 일품이다. 한 병이면 그 동네 평민들의 연봉이 날아갈 정도다.

    "괜찮으십니까?"
    "예전에 신세 졌던 그 상담...... 그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아아, 이건 그냥 약간의 마음입니다."
    "고객이 이득을 보지 못하면 비즈니스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다행히도 저도 이득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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