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세요, 유이 양. 흐흥, 1등의 영광을 상징하는 이 깃발이, 저한테 그렇게나 잘 어울렸나요?"
가슴에 손을 얹고 입술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유이 양은 나를 노려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갑자기 얼어붙지 마, 무섭잖아.
"어라, 너도 1등이었네."
"음?"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붉은색 끈을 팔에 감은 소녀가 있었다.
잘 보니, 여름방학 때 미술 과제를 도와줬던 아이였다.
"그쪽도 1등인가요, 훌륭하네요."
"그래. 너는 타가하라를 .....뭐하고 있는 거야 이 녀석......"
내 목 아래? 목 아래를 빤히 쳐다보며 경직되어 있는 유이 씨를 발견한 반 친구는, 볼을 움찔거리고 있다.
"그러는 그쪽 분은요?"
"어..... 음, 그거야. 학교 축제 때 같이 돌아다녔던 아이인데..."
"아아 ......"
반 친구는, 손을 잡고 끌고 온 것 같은 무표정한 여학생과 함께 골인하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 축제에서는 무사히 마음에 드는 상대를 데이트에 초대했다고 했었지. 잘 되고 있구나.
"참고로 어떤 주제였나요?"
혹시나 진전에 도움이 될까 싶어 물었다.
반 친구는 뺨을 주홍빛으로 물들인 후,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뭔가 할 말은 없어?"
그 후, 어떻게든 애써 옆의 무표정한 여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엥, 무슨 주제였길래. 설마 '좋아하는 사람' 같은 것은ㅡㅡ
"나도 같은 마음이야."
"......!?"
"학교 축제에 초대받아서, OK나 답장할 생각이었는데..."
"엥...... 어, 어어!?"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옆에서 청춘을 과량 섭취하고 있다! 도와줘요, 유이 양!!
"......!!"
유이 양은,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지금 여기! 무슨 상황!?
결국 모든 조가 달리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퇴장할 때까지, 나는 청춘과 수수께끼의 응시자 사이에 계속 끼어있었다.
◇
왠지 경기 자체는 쉽게 이겼는데, 그 후 심하게 피곤했던 보물찾기 대회가 끝나고 잠시.
나는 학생용 텐트가 아닌, 출입구 부근의 객석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버서스』이다.
단순한 1 VS 1의 결투이기 때문에, 경기로서는 인기가 있다.
육지를 달리는 레리미츠나 하늘을 가르는 스카이마기카도 인기지만, 역시 이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버서스였다.
올해의 1학년을 겨냥한 것인지, 귀족들뿐만 아니라 군 관계자와 기사단에서 아는 얼굴들까지 객석에 줄지어 앉아 있다.
우리 반에서 나오는 건 여자 두 명 정도와 ...... 그리고 로이인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로 로이의 경기다. 승률 같은 게 있으면 보고 싶다. 역시 로이가 압도적인가 보네. 나도 로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겠지만.
자...... 부탁한다, 로이몬(이렇게 부르면 엄청나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옆에 괜찮을까?"
"......그래요."
말을 건넨 사람은, 노란 끈을 어깨에 두른, 실처럼 가느다란 눈동자의 남자.
크라이스 돌먼드. 예전에 연습경기에 출전했던 웨스트 학교의 에이스다.
그는 옆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너랑 나는 시드 자리니깐."
"그렇다고 하네요."
원래는 출전 선수인 내가 객석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경기장은 꽤 크고 수용 인원은 충분하다고 하여, 바닥에 앉는 것에 지친 학생들은 마음대로 객석으로 가도 되는 것이다. 자유롭고 편하다.
"1회전부터 네 약혼남과 노스교의 숨은 고수의 대결이라니. 이건 볼만하겠어."
"...... 노스교였나요. 저 상대, 보기만 해도 파워형인 것 같네요."
마침 경기장 중앙, 버서스용으로 세워진 무대 위로 로이와 상대가 올라가는 참이었다.